가피와 영험록

친구의 불치병을 삼천배 수행으로 치유시키다 (불필스님글 옮김)

慧蓮(혜련) 2020. 4. 16. 23:27

출가 초기에는 인간에게는 무한한 능력이 있다는 성철 큰스님의
법문을 듣고 그것을 시험해보고자 백졸스님과 나도 석남사에서
만배를 한 적이 있다.

 

처음 108배를 할 때는 힘들지만 1080배를 하고나면 108배는 아무 것도
아니다. 3천배하는 것이 힘들지만 만배를 하고나면 아무 것도 아니다.
그렇듯 모든 것은 마음의 힘으로 된다.

 

나는 만배를 마치면서 인간에게는 퍼내도 퍼내도 다 쓸 수 없는 무한한
능력이 있음을 깨달았다.

 

내 경험도 경험이지만 성철 큰스님께서 많은 사람들에게 절을 시켜서 불치의
병을 낫게하는 등 기적을 이루는 것을 보아왔기때문에 그 친구가 생각났을 것이다.

 

절을 권하는 내게 친구는 한 번 해보겠다고하면서 고마와했다.

 

인적이 드물고 조용한 도솔암은 절을 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100일 동안 하루 천 배씩 기도해봐요. 좋은 일이 있을겁니다."

 

당시 도솔암은 작은 암자여서 법당이 따로 없었다.
우리는 인법당에서 부처님을 모시고 정진했고, 그녀는 공양주를 살면서
지대방에서 하루 천배씩 절을 했다.

 

백일기도 회향을 21일 남겨두고 그녀를 불렀다.

 

"이제 21일 남았지요? 회향할 때까지 21일 동안은 하루 3천배를 해봐요."

강도를 높여본 것이다. 그녀는 순순히 따라와주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친구는 공양주일을 하는 바쁜 가운데서도 하루 열시간정도 지극정성으로 절을 했다.
나도 정진하느라 여념이 없어서 친구가 절을 하는 것을 오며가며 보아오다가
백일기도를 마치던 날, 친구를 불러 물어보았다.

 

"무슨 좋은 일 없어요?"

 

친구는 기도 중에 있었던 일을 조심스레 털어놓았다.

 

"밤새도록 절을 하다가 잠깐 엎드려 조는데 비몽사몽간에 기골이 장대한 남자가
손에 물병을 들고와서 제게 주면서 먹으라고해요.

 

그런데, 남자가 주는 것을 어떻게 먹어요?

 

그래서 주저하고 있는데 법당에서 하얀 옷을 입은 보살님이 나타나서 빨리
받아먹으라고 했는데, 나중에 먹겠다고 했어요."

 

친구는 물을 먹지않은 것을 몹시 아쉬워했다.

 

나는 불교에 대해 문외한인 그녀에게

"물병을 내밀었던 분은 약사여래이고 흰 옷을 입고 나타난 분은 백의관음입니다.

두 분 다 중생의 병을 치료해주는 분들이지요."하고 일러주었다.

 

친구는 신심이 나는지 기도를 더 해보겠다고했다.


나는 안거가 끝나서 그 곳을 떠나 다른 절로 공부하러가야했기때문에
친구를 도솔암에서 가까운 응석사로 보냈다.

 

그곳에서 친구는 100일동안 하루 3천배 기도를 했다.
나중에 들으니 기도중에 온 몸에서 흰 벌레가 거미줄처럼 죽죽 빠져나가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응석사에서 백일기도를 한 후 그녀의 불치병은 씻은 듯이 나았다.
불교가 무엇인지 불보살이 어떤 분인지 전혀 알지못했지만,
오직 병을 낫겠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해서 부처님의 가피를 입은 것이다.

 

간절한 마음이 곧 부처다. 간절한 마음만 내면 되는데 그것을 못하는게 우리
중생이다. 그런데, 왜 마음을 내지 못하는 것일까?

오랜 세월 쌓아온 업으로 인한 장애때문이다.

이 사실을 직관해서 장애를 없애는 것이 수행이며, 그중에서 가장 수승한 기도가
절수행이다.

 

자꾸 엎드리다보면 하심이되고 참회가 되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큰스님께서는 생전에 천근을 들려면 천근의 힘이, 만근을 들려면 만근의 힘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시면서 수행을 통해 힘을 키우라고 하셨다.

 

살아보면 인생이라는 무게가 어디 천근, 만근만 하겠는가?


큰스님께서 승속을 막론하고 3천배를 시킨 이유를 절을 해본 사람은 안다.

 

큰스님은 신도들에게 참회기도를 하도록 철저히 가르쳤고, 큰스님 자신도
평생동안 108배의 참회기도를 하셨다.

 

몇 년후 석남사에 있을 때 친구가 건강한 모습으로 찾아와서는
"부처님의 가피를 깊이 깨달았습니다."하고 인사를 했다.

 

그 후 친구는 결혼해 미국으로 이민가서 잘 살고 있다.

 


원출처: 불필스님저 영원에서 영원으로(불필스님 회고록, 김영사)

 


cafe.naver.com/abira에서 혜명인님글 다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