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122024  이전 다음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질문: 염불인들은 망상잡념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정종법사 답)

답: 망상잡념에 대하여 염불인들은

첫째, 조급해하지 말고

둘째, 두려워하지 말고

셋째, 마땅히 기뻐해야 하고

넷째, 생각을 바꿔야 한다.

 

조급해 하지 말아야 한다. 조급한 마음에 망상잡념을 단박에 제거하려는 생각은 현실적이지 못하다. 왜냐하면 다겁생 동안 우리들은 망상잡념에 너무나 습관화 되어 있기 때문에, 이것을 제거한다는 것은 담배와 술을 끊고 마약을 끊는 것보다 몇 배나 더 어려운지 모른다. 바로 이와 같기 때문에 우리는 염불을 하고 부처님의 원력에 기대어 왕생을 하려는 것이다. 우리 자신을 의지하여 망상잡념을 제거하고 마음을 정화하여 왕생하려 한다면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망상잡념이 있는 것은 우리의 본래 모습이다. 모든 범부들은 전부 망상잡념이 분분한 존재들이고, 아미타불께서 구제하시려는 대상은 바로 이러한 사람들이다.

아미타불께서 이미 당신의 명호를 부르기만 하면 왕생을 할 수 있다는 보증을 해주신 이상, 설령 망상잡념이 있으면 어떠한가? 이렇게 망상잡념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망상잡념 역시 큰 파도를 일으킬 수 없어서 온순해지고 잠잠해질 것이다. 그런데 만약에 망상잡념을 두려워한다면 도리어 말썽을 일으켜서 우리로 하여금 굉장히 무섭게 느껴지도록 한다.

 

마땅히 기뻐해야 한다. 어째서 망상잡념이 있는데 오히려 기뻐해야 하는가? 왜냐하면 망상잡념을 조복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자각했다면 곧 나는 계‧정‧혜 삼학을 원만하게 닦을 수 없고 염불밖에 할 수 없는 사람이기에, 아미타불께서 구제하려는 중생이 바로 나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예컨대 의사가 치료할 대상은 환자이지 건강한 사람이 아니듯이, 망상잡념이 있는 내가 어떻게 아미타불께서 구제할 대상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만약에 망상잡념이 없는 성인聖人이라면 아미타불께서 굳이 그런 성인을 위하여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을 해보면 나야말로 아미타불의 구제대상에 딱 부합되므로, 내가 염불을 하면 틀림없이 왕생하게 되니 어떻게 기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또한 염불을 할 때에 자신에게 망상잡념이 많음을 안다는 것은 내가 이미 아미타불로부터 구제되었음을 입증해주는 것이다. 왜 그런가? 본래 염불을 하지 않을 때는 아직 자신에게 잡념이 많다는 사실을 몰랐지만, 염불만 하면 즉각 잡념이 분분함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은 마치 달이 없으면 나무의 그림자가 드러나지 않지만 달빛이 밝을수록 나무의 그림자 역시 짙어지는 것과 같다. 내가 염불을 했기 때문에 부처님의 광명이 나의 마음속을 비춰주신 것이고, 그때서야 자신의 망상잡념을 보게 된 것이니 어찌 내가 이미 부처님으로부터 구제된 것이 아니겠는가?

 

생각을 바꿔야 한다. 망상잡념인줄 알아차리면 즉시 내려놓고 상대하지 말며, 생각을 바꿔서 아미타불을 불러야 한다. 예컨대 달빛 아래의 나무 그림자를 두 눈을 부릅뜨고 바라볼수록 그 그림자는 더욱 어둡게 느껴지게 된다. 이럴 땐 두 눈을 돌려 허공 속에 떠 있는 맑고 밝게 비치는 달을 보고, 얼굴을 스치는 산들산들한 맑고 신선한 바람을 즐긴다면 마음은 단박에 탁 트이게 될 것이다.

경전에서 “일향전념一向專念”하라는 말씀이 바로 이 뜻이다. 망상잡념이 생기면 그냥 내버려두고 함께 뒤엉키지 말며, 오로지 아미타불을 향하여 염불만 하면 된다. 망념은 스스로 생겨났다가 다시 스스로 사라지게 되는 존재이므로, 억지로 망념이 사라지게 할 필요는 없다.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여전히 우리는 범부의 본분을 지키면서 착실하게 염불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범부로서 망상잡념이 있는 것은 마치 사람이라면 눈과 귀가 있듯이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임을 안다면, 이 망상잡념을 내 몸 이외의 것(身外之物)이라 생각하여 반드시 제거를 해야 통쾌하다고 여기지 않을 것이며, 망상으로 인해 망상이 더 생겨나게 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마침 옛말 중에 “세상에는 본래 아무 일도 없건만, 변변치 못한 사람들이 스스로 시끄럽게 구는구나!”라는 구절과 잘 어울린다. 이 구절을 다시 달리 표현하면“염불만 하면 아무 일도 없건만, 어리석은 사람들이 스스로 시끄럽게 구는구나!”라고 말할 수도 있다. 염불을 하면 아미타불 편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시고 어떠한 제한적 조건도 없으시건만, 우리들 스스로 문제를 만들고 스스로 한계를 설정하여 자기 자신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을 뿐이다.

 

출처/純淨時代  

Posted by 慧蓮(혜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