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52024  이전 다음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_ 삶의 강가에서 _

 

 

 

순백의 영혼들 낙조에 반짝이는 은 비늘로

한순간 삶의 추억을 헤적이며

거역할 수 없는 인과의 부름에

천만의 몸으로 삼계를 휘돌아 만행 하는가

 

 

무심한 창문을 두드리며 왔으되

길손의 타는 가슴 달래준 이,

엄동의 마른 가지 위에 백설의 자태로 임하되

거친 숨결로 한 시대 고요의 평야를 휩쓴 이들도

 

 

층층이 쌓아온 연륜의 모래층은

와류에 일순 흩어지고

청춘도 사랑도 모든 것 떠내려가는가

내가 부등고 있는 건 그대의 이름이고

우리가 보내는 것은 그대의 삶이리라

 

 

어느 곳에 처하든 모든 강물은 바다에서 해후하나니

우리 헤어짐의 아픔과 서글픔 풀어헤치고

님의 자취 쫓으며 반야의 향기에 눈물 씻자꾸나

 

 

대해가 보이는 길 머리, 가슴 와 닿는 파도소린

육도의 방황과 질곡의 눈물 머금은 면면에게

영원할 고향의 향수를 일깨우고

 

 

억겁의 윤회고에 지친 삶들을

드넓은 물결은 환희의 율동으로 영접하고

대해는 푸른 옷소매로 그들의 얼룩진 상흔을 씻기 시는가

 

 

물이 하늘에 이르고 정화된 영혼들 안식 찾을 때

아미타불... 그리운 우리 님

자색 황혼광명 놓아 장엄섭수 하시나니

일체의 강물, 바다에서 해후하듯

님의 품에서 우리, 보리의 미소 머금으리

 

 

 

1990년 11월 대한불교청년회 시절, 혜련 作

 

 

Posted by 慧蓮(혜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