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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영혼이 있다는 사실도 못믿는 사람들이 많은데, 하물며 벌레에도 혼이 있다면
필자의 정신상태를 의심할 분이 많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소설보다도 더 기구하다는 말이 있듯이, 지금부터 말하려는 이야기는
필자가 2년 전에 직접 체험한 것임을 밝혀둔다.

하루는 이상한 피부병을 앓고 있는 한 부인이 필자의 연구원을 찾아왔다.

피부병을 앓기 시작한 것은 꼭 28년이 된다고 했다. 형제가 모두 9명인데, 오빠 한 사람만
제외하고 8명의 자매들이 한 날 한 시각에 이상한 피부병에 걸렸다는 이야기였다.

어떤 약도 처음에만 조금 효과가 있을 뿐, 시간이 지나면 전혀 효과가 없다고했다.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는 것이 이상하지요."

부인의 몸에서는 곰팡이 냄새 비슷한 이상한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또 어떻게보면
송장냄새, 시체 썩는 냄새 같기도했다.

이런 악취를 풍기는 부인을 아내로 거느리고 살아야하는 남편의 고충은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 있었다.

영사(靈査)를 했을 때, 환자는 두 손을 떨고 있었는데, 아내 기생령(奇生靈)이 부령(浮靈)
하는 모습이 나타나는 것이었다.

필자는 환자에게 말이 떠오르거든 서슴지말고 이야기를 하라고했다.

그랬더니, 이야기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는 충청도 감나무골 골짜기에 살던 왕지내 가족들인데, 이 사람의 외조부가 지금부터
40년 전에 보약으로 쓴다고 우리 가족 천마리를 모조리 잡아먹었오. 그 원한이 사무쳐서
우리들은 우리들을 몰살시킨 당사자에게 붙으려고 하였으나, 그 영력이 강해서 근처에
갈 수가 없었고, 그 아들 손자도 마찬가지였오. 여자들은 선천적으로 영이 기생하기 좋은
체질이라 이들 자매에게 28년 전에 기생해서 오늘에 이른 것이오."

환자인 부인은 몹시 어리둥절해 하는 눈치였다. 자기 입에서 전혀 자기가 알지못하는 사실을
청산유수로 지껄여대니 놀랄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여지껏 필자를 찾아오는 환자들은, 대부분 필자가 영사를해서 기생령의 참 모습을 밝혀
제령(除靈)을 했을 뿐, 이렇듯 기생령 자체가 부령해서 자기가 누구임을 밝히는 경우는
많지않았다.

"우리 가족들 가운데 몇 마리만 축을 내었어도 우리는 이런 깃을 하지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천 마리나 되는 일족을 전멸시켰으니 우리로서는 복수를 하지않을 수 없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괴롭힐 생각입니다."

필자는 예사 방법으로는 제령이 힘들 것을 느끼지않을 수 없었다. 조용히 마음을 가다듬고,
기생령의 전생(前生)이 무성인가를 영사해보았다.

이하는 기생령과 필자(안동민)와의 문답내용이다.

"그대들은 아무런 까닭도 없이 이 환자의 외조부에게 몰살되었다고 생각하는가?"

"............."

"그대들은 지금부터 여러 천년 전 중국 주(周)나라 황실(皇室)의 신하들이었다. 간악한 꾀로
충신들을 모함해 역적으로 몰고 그들 가족 1천명을 벌레처럼 잡아죽이고 그들의 재산을 뺏아
호의호식했다. 그런 죄때문에 그대들은 그 다음 번 세상에서 땅을 기는 지네가 된 것이다.

그리고, 그대들은 본시 인간이었으나 벌레와 같은 짓을 하고 지네와 같은 행동을 했기때문에
지네가 된 것이다.

그대들을 죽인 이 환자의 외조부는 앞서 세상에서 그대들에게 억울하게 학살당한 충신가족의
족장(族長)이었던 것이다.

왜 그대들이 멸족당했는지 그 이유를 알겠는가?"

"..............."

환자는 몹시 괴로워하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개를 푹 떨구고 말았다.

"이 우주는 인과율(因果律)이 지배하는 세계이다. 그 누구도 자기가 만든 원인으로부터
모면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너희들은 그런 전생의 잘못때문에 당한 화(禍)인줄을
모르고 28년동안 죄없는 8명의 자매들을 괴롭혔으니 그 책임을 앞으로 어떻게 면하려고
하는 것이냐?"

이 때 필자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방 안이 떠나갈 듯 했다. 환자는 얼굴이 새파랗게 변한 채
아무 대답이 없다.

"神佛신불은 사랑이시며 지혜이시고 힘이시다. 결코 너희들을 미워하지 않는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져 있는 것이다.  너희들이 벌레의 탈을 벗고 다시 인간이 되어 밝은 삶을 갖기를 원하신다.

그러나, 너희들이 지난 28년동안 지은 죄는 너희 손으로 속죄를 해야한다. 그래야만
너희는 다음 세상에서 다시 인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필자는 파란 음(陰)반지 낀 손을 앞에 내어밀었다.

"이리로 들어오너라, 사람의 눈에는 비록 작은 반지이지만 원자(原子)의 크기로 보면 이것도
하나의 우주이다. 이 속에 들어가서 내가 앞으로 제령할 때, 빨리 말을 듣지않는 악령들을
제거시켜 이 속에 가두게 하는 일을 도와다오. 너희가 속죄를 다하는 날, 너희들은 저절로
이 속에서 해방되어 유계로 돌아가게 되리라."

그러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환자가 일어나서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합장한 두 손을 모아 필자의 반지 앞에 내어미는 것이
었다.

이 이야기를 읽는 독자 여러분들은, 아마도 필자의 정신상태를 의심하기가 쉽겠지만 이것은
틀림없이 필자의 집에서 일어난 사실들이다.

증인들도 여러 분들이 있다. 다만, 환자였던 분의 명예에 손상이 있을까싶어서 그 분의 본명을
밝히지 않을 따름이다.

오늘날까지 심령과학이 이룩해놓은 자료에 의하면 인간의 영혼이 동물로 다시 태어난다든가
벌레가 된다는 이야기는 없는 것으로 필자는 알고있다. 그러나, 오랜 옛날 석가모니부처님께서는
윤회설을 말씀하시며 인간이 축생도(畜生途)로 떨어질 수 있음을 이야기하신 바있다.

필자가 겪은 체험담은 결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님을 밝혀두는 바이다.




출처: 안동민 저 제령

 

 

Posted by 慧蓮(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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