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52024  이전 다음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비구니 노스님과 고양이

 

1998년 구화산 천지암의 비구니 노스님 한 분이 나를 찾아왔다. 노스님은 최근 매일 밤 꿈속에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나 자신에게 원수를 갚으려 한다고 말했다. 너무나 무서워서 늘 꿈에서 놀라 깨어나게 되고 잠을 잘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본인이 어릴 때 장난이 심해 물속에다 빠트려 죽인 그 고양이라고 말했다. 뜻밖에도 노스님이 호북성에서 출가하여 이곳까지 벌써 수십 년이나 지난 일인데도 이 고양이가 여전히 스님을 찾아온 것이다.

 

노스님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나에게 큰 절에 가서 몇 백 원을 들여 비구스님들에게 부탁하여 아귀들을 위해 시식을 해준다거나 천도재를 한 번 지내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나는 노스님에게 다음과 같이 대답해주었다.

 

“의식을 집전하는 스님에게 공경심과 청정심이 있어야만 천도재를 지내도 좋은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성의 없이 대충 지내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에 차라리 스님께서 직접 그 고양이에게 아미타부처님의 자비를 말해주셔서 그 고양이도 염불하여 서방극락세계에 왕생하게 하는 것이 훨씬 더 나을 겁니다.

이런 원한 같은 경우에, 만일 극락왕생하지 않는다면 언제 그 원한이 풀리겠습니까? 그 고양이는 수십 년 동안 스님 곁을 떠난 적이 없기 때문에 스님께서 호북성을 떠나고, 또 출가하여 절에 계신다고 해서 벗어날 수 있는 게 결코 아닙니다. 예전에는 스님께서 젊고 기가 셌기 때문에 고양이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을 뿐입니다. 지금은 사람도 늙고 병도 많아서 양기가 쇠하고 음기가 성해졌기에 고양이가 스님의 꿈속에 나타날 수 있는 것입니다.

만일 아미타부처님의 서원에 의지하여 극락왕생을 구하지 않는다면 임종을 맞이할 때 틀림없이 더 공포스런 광경이 나타날 것입니다. 게다가 우리가 세세생생 맺어온 원한상대가 어찌 이 고양이 한 마리뿐이겠습니까? 가히 무량무변하다고 말할 수 있을 텐데 우리가 언제 그 빚을 다 갚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대자대비하신 아미타부처님께서 우리들이 이처럼 죄업을 짓는 근기라는 것을 미리 아시고 우리를 가엾이 여기시어 우리를 위해 미리 발원하시고 수행하셨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조재영겁 동안의 고행으로 쌓으신 모든 공덕들을 ‘나무아미타불’ 육자명호 속에 농축시켜서 우리들에게 주셨기에 우리들이 왕생하여 성불할 수 있는 공덕이 된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일심으로 아미타부처님을 믿고 의지하여 오로지 육자명호만 부른다면 반드시 서방극락세계에 왕생할 수 있습니다. 그 고양이도 아미타부처님께서는 똑같이 그를 위해 발원하시고 수행하셨기 때문에 반드시 극락세계로 구제해주실 것입니다.

아미타부처님의 마음은 평등한 것이어서 사람과 축생의 구별이 없습니다. 그 고양이도 만일 이런 이치를 알았으면 극락세계에 왕생하려는 마음이 아마 우리보다 더 강했을 텐데, 뭐 하러 수십 년을 고생스럽게 스님의 뒤를 따라다니며 원수를 갚으려 했겠습니까? 스님께서 스스로 믿고 받아들이고 염불하는 동시에 그 고양이에게도 부처님을 믿고 염불하라고 타이른다면, 둘 다 극락왕생하게 되어 원한은 저절로 풀리게 됩니다. 이것은 이미 일반적인 천도불사가 아니라 아미타부처님께서 직접 우리를 서방극락세계로 천도하여 성불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나는 또 아미타부처님의 ‘시방중생이 왕생할 수 없으면 성불하지 않겠다’는 자비하신 서원과 ‘내지 십념으로 반드시 왕생한다’는 이치를 반복해서 말해주었다.

 

노스님은 매우 기뻐하며 물었다. “제가 돌아가서 염불할 때, 이 고양이에게 위패 하나 세워주고 이렇게 법문하면 되겠습니까?”

 

“그렇게 하셔도 됩니다. 그러나 꼭 그렇게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생각해보세요, 이 고양이는 그림자처럼 수십 년 동안 스님을 따라다녔습니다. 스님께서 이전에 고양이를 위해 위패를 세우지 않았어도 고양이는 스님 곁을 한 발자국도 떠나지 않았습니다. 인과는 허망하지 않아서 그림자가 형상을 따르는 것과 같습니다! 제가 방금 스님께 드린 말씀을 그 고양이가 이미 다 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얼마든지 마음 놓고 염불하시고, 그 고양이가 부처님의 원력에 의지하여 서방극락세계에 왕생할 수 있도록 아미타부처님의 자비하신 구제의 이치에 대해 법문을 해주신다면, 그 고양이는 반드시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삼일이 지나 노스님이 다시 왔는데, 이번에는 기뻐 신이 나서 온 것이다. 노스님은 나에게 절로 돌아간 그 날 밤부터 고양이가 오지 않아서 요 며칠 계속 잠을 푹 잘 수 있었다고 말했다.

 

노스님이 어릴 적에 물에 빠트려 죽인 고양이가 수십 년이 지나도록 잊지 않고 호북성에서 줄곧 구화산까지 따라왔으니, 참으로 중생의 업력이 불가사의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아미타부처님의 자비하신 서원을 듣자마자 바로 원한을 풀게 되었으니, 아미타부처님의 서원과 광명의 명호가 더욱 불가사의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석정안 강술 석정종 기록)

'염불 감응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광이 몸을 보호하다  (0) 2020.04.11
두려울 때 염불하다  (0) 2020.04.11
수술하며 염불하다  (0) 2020.04.11
부처님 카드가 보우하다  (0) 2020.04.11
염불로 목숨을 구하다 - 물에 빠진 소년  (0) 2020.04.11
Posted by 慧蓮(혜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