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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블로그 '가릉빈가의 꿈' 
 
1.

눈 속에 갇힌 보살 구출작전
2014.2.11
 
 이 절에는 아주 특이한 보살이 살고 있다.
 그녀는 구태여 산 중턱에 버려진 토굴에서 혼자 살겠다고 하여
 대중들과는 떨어져서 살고 있었다.
 음산한 기운이 들기까지 하는 곳에서 어찌 여인네가 간도 크지...
 
 그런데 그 토굴이 이번 폭설로 인해 고립되어 버렸다.
 해서 이틀째 그녀는 토굴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었다.
 간 큰 그녀는 일주일 정도 갇혀있어도 상관없다며 전화통화에서 웃었다.
 이참에 단식수행하니 얼마나 좋으냐며...
 
 그래도 우린 그대로 방치해 두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온 직원이 눈을 치우느라 쳤으니 외딴 산 중턱에 있는 그곳에 어찌 가느냐가 문제였다.
 다들 눈에서 넘어지고 구르고 하여 몸들이 말이 아닌데...
 
 그런데 오늘 구원의 전사들이 나타난 것...짠~하고 말이다.
 
 인적이 끊긴 이 곳에 점심이 되어갈 무렵 무림의 고수같은 사나이들이 도량에 나타난 것,
 그들은 입구에서 부터 눈을 헤치며 (사실은 오히려 길을 내며) 들어왔다.
 그들의 손엔 카메라가 들려있었다.
 아마도 사진작가들인 것 같았다.
 폭설에 잠긴 산사를 촬영하기 위해 일부러 온 사람들이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누가 이곳에 감히(?) 오겠는가.
 
 우린 순간적으로 저 사람들을 꼬셔서 ^^ 그녀를 구출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촬영을 끝내고 가려는 그들에게 웃음을 흘리며 공양간으로 끌어들였다.
 "공양 들고 가세요"
 여자들의 집중 공세에 남정네들은 얼싸좋다 하고 들어왔다.
 ㅎㅎㅎ
 
 그리고 식사를 하고 있는 그들에게 내가 용기를 내서 말했다.
 "저 부탁드릴게 있는데요. 이왕 오셨으니 좋은 일좀 해주시면 어떨까요.
 산 중턱에 갇힌 보살이 있는데 그녀를 좀 구해주십시오.
 이틀째 굶고 있어요."
 
 씨익 미소짓는 사나이들이 우째 그리 멋있게 보이는지 ^^
 그들은 흔쾌히 그러마 했다.
 나는 커피까지 타서 서비스를 하며 그들의 마음을 녹였다.ㅎㅎ
 
 차를 마신 그들은 그녀가 있는 방향으로 출발...
 나는 혹시라도 그들이 변심해서 산밑으로 가면 어쩌나 싶어 따라나섰다.
 눈길에 미끄러질까봐 빗자루 하나를 스틱삼아 들고서...
 
 그리고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되었다.
 다섯명 중에 가장 젊은 남자분이 앞장서서 걸어가는데
 그 분은 눈 속을 헤엄치듯 가는 것이 아니라 그저 평지를 걷는 사람과 같았다.
 중간쯤에서 네명의 남자들은 사진 촬영한다고 멈추고 앞장섰던 한 남자만이 눈길을 헤치고 나가는데
 아주 특이한 방법을 쓰고 있었다.
 
 그는 눈치우는 삽으로 눈을 푹 누르고는 등산화로 밟고 나아갔다.
 뒤따라 가는 나는 허우적 거리면서 따라가는데 그는 조금도 지친 기색도 없었다.
 
 "혹시 특공대 출신입니까?"
 
 "아닙니다. 산악인입니다."
 
 "오우 그래요? 어쩐지..."
 
 "저 에베레스트까지 다녀왔습니다. 세계 50개국을 등반했어요."
 
 "흐음...그렇군요. 당신에게 이정도는 마른땅 걷기일 뿐이군요."
 
 산신님이 도우신게 틀림없어.
 토굴에서 홀로 정진하는 그녀를 예쁘게 여기신 산왕대신이 이 분을 불러들인게 틀림없어.
 
 토굴에 도착해서 그녀를 부르니 그녀는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다섯명의 남자가 삽으로 눈을 치우며 와도 3시간을 걸릴 거리를 불과 삼사십분만에 도착한 것이다.
 
 그녀 또한 온갖 운동을 한...철인3종경기 까지 했으며
 암벽등반에 윈드서핑에 스킨수쿠버까지 한 여자인데도 엄두를 못낸 눈 길을
 너무 간단히 제압하고 온 이 남자에게 호기심어린 눈으로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처사님, 삽으로 눈을 누르는 방법좀 가르쳐주세요."
 
 대단한 체력을 가진 그녀가 그의 가르침을 따라 해 보았으나
 한마디로 텍도 없었다 ^^
 130센티 정도 쌓인 눈을 누르기에는 그녀의 팔힘이 너무 약했다.
 겨우 30센티 정도가 눌려졌다.
 
 오우...남자의 대단함이 새삼 느껴졌다.
 암튼 그 남자의 도움으로 우린 쉽게 목적달성을 하게 되었다.
 
 아...너무도 감사한 분,
 예리한 눈빛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던 거사님 감사합니다.
 좋은 일 한 공덕으로 올 한해 행복한 일만 가득하길 기원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특이한 보살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편에...^^
 
---------------------------

 2. 

미스테리한 여자
 2014.2.11
 
 
 내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가장 묘한 여자를 이곳에서 만났다.
 그래서 난 이여자를 '미스테리녀' 라고 부른다.
 
 나이는 나보다 두살 아래이니 같은 세대를 살아온 사람이다,
 처음에 이여자를 봤을때는 꼭 청학동출신 같이만 보였다.
 화장기없는 얼굴에 생머리를 뒤로 질끈 동여매고 늘 회색법복을 입고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이여자의 고집스러운 표정이 영 접근불가를 느끼게 했다.
 
 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어려워하고 한편으로는 마땅치 않아하는 여자였다.
 매사가 너무 완벽하니 그녀의 눈에는 모든 사람이 못마땅한 것 같았다.
 하지만 일은 엄청나게 열심히 하는 일꾼이기도 했다.
 
 누가 이 고집세고 별스런 여자를 다스려야할지 고민들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딱히 잘못한 것도 없으니 내보낼 수도 없는 일.
 스님들조차도 어려워했으니...
 
 그런 이여자와 내가 생각지 않게 가까와지게 되었다.
 이여자의 정식업무는 빨래보살이다.
 하지만 시간을 쪼개서 공양간 일도 돕고 있었다.
 마침 공양주 한 분이 그만두는 바람에 내가 공양간에 투입되어 일을 하면서 이여자와 말을 트게 되었다.
 처음엔 냉정하게 바라보던 그녀와 조금씩 말을 나누게 되면서
 난 참으로 놀라운 세계를 발견하게 되었다.
 
 청학동에서 온 것 같은 이여자,
 무뚝뚝하게 생각했던 이여자는 의외로 상냥하고 부드럽게 나를 대했으며
 나에게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었으며 자신의 이력을 들려주었다.
 
 명문가문에 태어나서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여자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해운업을 했었다고 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돈도 벌었다고...
 
 난 깜짝 놀랐다.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는 이여자가 명문가문의 여자라고?
 그것도 해운업을 했었다고?
 오마이 갓!!!
 
 왜 이런 삶을 자청해서 사느냐의 질문에,
 "어느 순간 이 세상 사람들이 다 굶주린 이리같이 보였어요.
 정말 다들 이리같아요. 탐욕의 이리들 말에요.
 그런 세상이 너무 역겹고 싫었어요.
 나의 남편도 그랬어요.
 그래서 이혼을 요구했죠.

 다행히 아이가 없었으니 미련도 없었죠.
 짧은 결혼 생활을 마감했죠.
 제가 이 세상에서 사랑할 사람은 부처님 한 분 밖에 없음을 알았어요.
 엄청난 부를 걸머졌으나 제 가슴은 항상 허전했어요.
 참 화려한 삶을 살았지요.
 사업을 정리한 후에 산으로 들어왔어요."
 
 "왜 출가를 하지 그랬어요?"
 
 "했었지요. 행자생활을 했어요. 하지만 제 이력에 결격사유가 있어서 승인이 나지 않았죠.
 일찍 죽은 여동생의 딸을  피치 못할 사정에 의해 제 호적에 올렸거든요. 
 양육할 자녀가 있으면 안된다고 했어요.
 그래서 그냥 선지식 찾아다니며 공부하고 살았어요.
 삼년 후엔 타종단으로 출가할까도 생각하고 있어요.

 절을 지어서 선지식 모시고 살려고요.
 제가 존경할 만한 선지식만 만난다면 전 그 분을 업어서 모시고 살 수도 있어요.
 농사 지으면서 공양하며 살고 싶어요.
 그런데 이 세상에 참 선지식이 없네요...많이 찾아 헤맸는데..."
 
 물욕도 애욕도 이미 떨어져 나갔다는 그녀가 들려주는 그녀의 삶은 참 재미있었다.
 호기심 많은 나는 여러가지를 질문하고 물고 늘어졌다.
 
 "그런데 그 많은 재산은 어디에 숨겨두었어요?"
 
 "호호...바다에 던져 버렸어요."
 
 "저런...차라리 자선단체에 기부를 하시지..."
 
 "언젠가 제가 필요할 때가 되면 바다에 가서 건져오지요 뭐. 호호호
 전 화려하게 살았던 지난 날 보다 지금이 더 행복해요. 아주 좋아요."
 
 하루는 그녀가 자신이 혼자 살고 있는 토굴로 초대를 하였다.
 버려진 토굴인데 스스로 자청해서 살고 있었다.
 귀신이 출몰한다고 하여 아무도 살려고 하지 않는 집이었다.
 담력있는 스님들이 도전했다가는 다 포기했다는 토굴이었다.
 
 소문대로 토굴주변에선 음산한 기운이 감돌았다.
 육이오 전쟁터였던 곳이라 비명에 간 젊은 영혼들이 많이 떠돌고 있다고 하였다.
 미스테리녀는 몇군데에서 출몰했던 영혼들을 만났던 이야기
 그들을 염불의 힘으로 천도했던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이곳에서 일어났던 그당시의 비밀스런 일들도 스크린처럼 보았다고 했다.
 
 그런 영적인 능력이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그런 능력은 치열한 수행의 결과 얻어진 것이에요?"
 
 "아뇨...어려서부터 있었어요. 그래서 세상이 더 시시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누군가 무슨 말을 하면 전 그 결과가 그려졌거든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달려가더라구요.
 그것을 떨구어보려고 공부에 몰두했고, 일에 미쳐서 살았고
 한때는 운동에 미쳐서 살기도 했지요.
 그러다 부처님 법을 만나서 큰 깨우침을 얻고는 세속을 접었답니다."
 
 그녀의 토굴에 들어가니 그 안은 밝고 맑은 기운이 흘러나왔다.
 하루종일 나무아미타불 염불테잎을 틀어놓고 있었다.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정진을 하고,
 저녁에 일이 끝난 후엔 누구하고도 어울리지 않고 토굴에서 염불정진을 한다고 했다.
 티비도 컴퓨터도 없었다. 
 오로지 책과 염불테잎만 있었다.
 
 "염불하는게 그렇게도 좋수?"
 
 "그럼요...넘 행복해요. 언니 우리 나중에 꼭 극락세계에서 만나요.
 그곳에서 같이 수행하여 성불한 다음에 다시 중생제도하러 지구에 옵시다."
 
 "난 자신없는데? 그대는 자신있수?"
 
 "예...전 결정코 극락왕생할 겁니다.
 아미타부처님의 본원력을 절대적으로 믿거든요."
 
 오...참 그 지극한 신심이 부러웠다.
 내게는 없는...또는 부족한 면을 그녀는 많이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생각보다는 온순하고 순종적인 면도 있었다.
 절식구들이 모두 마땅치 않아 하는 그녀의 단점.
 즉, 자신이 이 절 일을 모두 하는 것같이 상을 내는 점,

 자신이 없으면 이 절이 안 돌아갈 것 처럼 생각하는 점.
 그 점을 내가 조심스럽게 지적했더니 의외로 잘 받아들였다.
 강하게 부정하거나 반기를 들을까 좀 염려했었는데.
 역시 배운여자인지라 진심으로 자신을 대하는 사람에겐 무장해제였다.
 
 "모든 사람들이 절 그렇게 생각했다면 제가 한참 공부가 안되었다는 증거네요.
 제가 고쳐야지요...이 도량이 너무 좋아서 3년 기도를 하고 있는데 
 그 안에 짤리고 싶지는 않아요 ㅎㅎ. 
 제가 맞추고 살아야지요. 고치도록 노력할게요."
 
 요즘 너무 부드러워진 이보살,
 모든 사람들이 놀라워한다.
 어쩜 자신의 세계를 진심으로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난 기쁨때문인지도???
 
 요즘은 대화가 통하는 이여자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 나의 기쁨이기도 하다.
 척하면 척하고 알아듣는 사람과 대화를 하는 기쁨을 어디에 비교하랴?
 
 "언니...하산하면 서울 삼청동에 있는 ㅇㅇㅇ 요리집에 가서 제 이름 대고 식사하세요.
 언니가 먹고 싶은 것 어떤 것이든지요...제가 돈은 지불할게요."
 
 호우... 그 비싼 요리집에???
 은근하게 자신의 재력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
 사회의 유명인사들과의 인맥을 암시하는 것 같기도 했다.
 하긴 명가의 여인이니...
 
 하지만 겉으로 보기엔 전혀 세련되지도 않은 
 흰머리가 꽤 많은데도 염색도 하지 않고 질끈 동여맨 이여자의 모습을 보고
 누가 명가의 여인이며 명문대 출신의 여자로 보겠는가.
 그것도 큰 사업을 해서 막대한 부를 이룬 여자로???
 하지만 이여자의 강한 기질로 봐서는 그런 사업을 했었음직해 보였다.
 
 내가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써도 좋으냐니 상관없다 했다.
 이여자의 수행기는 또 다른 기회에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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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저는 오직 나무아미타불입니다
2014.3.15
 
 그녀와 이야기를 하다보면, 아니 그녀의 수행기를 듣다보면
 마치 큰스님이 내 앞에 앉아서 설법을 하는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이제까지 내가 만난 보살들 중에서 최고의 근기와 수행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보아도 될 것이다.
 아니 전문 수행자들도 흉내내기 힘든 수행을 한 여자였다.
 
 매일 삼천배를 삼년이나 했으며...그것도 공양주를 하면서...
 위빠사나,참선,아비라기도,주력수행 등 해보지 않은 수행이 없었다.
 
 "전 전생에 천태지관 수행도 치열하게 했었어요.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일반사람들이 들으면 정신병자라든지,
 뭐에 잔뜩 씌인 사람의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지만,
 그 세계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들을때는 대단한 그녀의 이야기에 귀가 쫑긋하지 않을 수 없다.
 
 그녀는 점차 내게 비밀한 이야기들을 털어놓았다.
 수많은 전생의 일들을 기억하고 있었으며 그때 어떤 수행을 했었는지를 알고 있었다.
 이 생에도 내로라 하는 선지식들을 찾아다니며 그 분들의 시중을 들어가며 수행을 했다고 했다.
 이런 공개적인 블로그에는 올릴 수 없는 많은 선지식들의 비화를 들려주었다.
 
 "그런 결과 저는 나무아미타불 염불만이 이 말세중생에게는 최고의 수행법임을 확신했답니다.
 솔직히 참선하는 사람들 화두가 뭔지 제대로 알고나 하는지 모르겠더라구요.
 제가 경험한 바로는 이 시대에 참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근기를 가진 사람 없습니다."
 
 참으로 건방지게 또는 교만하게 보이는 그녀의 결론적 견해였다.
 
 "좌복에 앉아서 보살들이 해주는 공양을 드시면서 편안하게 참선을 해서 어떻게 도를 얻습니까?
 그 분들에게서 전 치열함을 보지 못했어요. 원력도 없는데 뭔 도를 얻습니까"
 
 당돌한 그녀는 머무는 사찰의 스님들에게도 직언을 아끼지 않았다.
 산신기도를 하는 스님에게는,
 "스님은 어찌 산신기도를 하십니까? 부처님 제자면 당연히 부처님께 귀의를 해야지요.
 그리고 이 산신각에 산신 없습니다"
 
 나는 놀랍기도 한 그녀의 당당한 발언에 호기심도 나서 은근히 물어보았다.
 "정말 이 산신각에 산신이 없습니까? 이 곳은 명산인데?"
 
 " ㅎㅎ...산신이 어디 산신각에만 앉아 계신답니까?
 여기 저기 돌아다니시지요. 이 절의 산신은 공부의 경지가 굉장히 높은 분입니다.
 산신각에 와서 복을 빈다고 들어주고 그런 분이 아닙니다.
 아마 누군가 산신상에 돌을 던져도 아무런 반응을 안하실 분입니다.
 그런데 승려라는 분이 산왕대신 찾으면서 무언가를 빌고 있다니 우습지 않아요?
 이곳의 산신은 도가 높은 분이라 세분으로 몸을 나투시는 분입니다."
 
 그러면서 나에게 손을 들어
 "저기에 한 분...또 저기에 한 분...또 저기..." 하면서 산신이 계신 곳을 가르쳐 주었다.
 솔직히 내 눈에는 보이지 않으니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
 
 도량의 신장들을 보고 있었으며 신장들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러니 스님들의 얼굴만 보아도 그 스님이 어느정도 수행을 하셨는지 꿰뚫어 보았다.
 한 번은 염불을 열심히 하시는 젊은 스님에게도 직격탄을 날렸었다.
 
 "스님,요즘은 밤에 방에서 염불은 안하시고 계시나봅니다.
  스님 얼굴을 뵈니 기(氣)가 막혀있네요.
  장애가 왔는데 그것도 모르고 계시는 겁니까? 상기가 되셨지 않습니까?
 그럭저럭 수행하며 사실라면 뭐하러 출가를 하셨습니까?
 이론은 탄탄하시지만 행이 안되고 있질 않습니까? "
 
 어휴...^.^
 그래도 쫒겨나지 않고 절에 머물고 있는게 기적이었다.
 그런데도 스님들이 그녀의 앞에서는 반론을 제기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그녀를 두려워하기 까지 했다.
 아마도 그녀는 이미 타심통도 한 것 같았다.
 스님들의 얼굴만 보아도 그 스님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지 알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예불시간에 스님들의 독경소리만 듣고도
 그 스님이 지금 망상에 젖어서 하는지 어떤지를 알았으며,
 목소리만 들어도 수행을 얼만큼 했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러니 그녀는 영 불편한 보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도 내보낼 수도 없는 사람이었다.
 내보내려 한다면 많은 곤욕을 치뤄야 함을 알기에...
 아마 종정스님에게 찾아가서 왜 자신이 해고를 당해야 하는 지 낱낱이 따지고 들 사람이었다.
 사실 그녀처럼 주인의식을 갖고 최선을 다해 일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온갖 허드렛 일은 그녀의 몫이었다.
 쓰레기를 치울 때는 영락없는 머슴의 모습이었다.
 
 "전 지게를 지며 사는 게 제일 좋아요. 호 호 호..."
 
 그런 그녀의 모습에서 지난 날 화려한 인생을 산 여자의 모습은 볼 수가 없었다.
 그녀와 내가 친한 것을 보고 모든 사람들이 의아해 했다.
 어떻게 저런 여자와 가깝게 지내는지 기적같다며...뭔 비결이냐고...
 
 비결이라구요?
 난 다만 그녀의 근기를 알아보았으며 그녀를 존중해 주었으며
 그리고 이제는 존경까지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껏 기도 많이 했다, 수행 많이 했다는 사람들은 수없이 많이 보았지만
 그녀처럼 가장 낮은 자리로 내려와 머슴처럼 살면서 수행하는 사람은 보지를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가 오직 나무아미타불 염불만 하기를 내게 권하는 것에 반론을 제기할 수가 없었다.
 너무나 확고한 이론과 수행으로 무장한 그녀의 설법에 어찌 반발할 수 있으랴.
 
 "우리가 왔던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야 하지 않습니까?
 너무도 그리운 우리의 고향이지요...나무아미타불..."
 
 그래 그렇다.
 이 세상의 어떤 단어도 이 보다 아름답고 거룩할 수는 없다.
 나무아미타불...
 그리고 아미타부처님의 48대원만큼 거룩한 원이 어디 있을손가.
 
 "말세중생에게는 염불수행법이 최고입니다.
 다른 답이 없다고 생각해요.
 화두를 든다고 하지만 오분이상 지속하기 힘들어요.
 그래갖고는 이생에 성불하긴 어렵습니다.
 이렇게 업장이 두터운 몸으로 어떻게 화두를 듭니까.

 제가 참선을 해보지 않았다면 이런 말 못해요.
 전생에도 전 참선을 치열하게 했었어요. 천태지관수행도 치열하게 했었어요.
 그런데 지금 이 모양 이꼴로 살고 있습니다.
 제 업이 너무도 두터우니 또 윤회를 하여 온 것이지요.
 그래서 아미타부처님께 귀의했답니다.
 저의 스승은 오직 아미타부처님 뿐입니다."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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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전생에 심은 소나무 두 그루 
2014.3.15
 
 그녀가 내게 산책을 하자고 제의를 했다.
 햇살이 아름다우니...
 하지만 아직은 눈이 다 녹지 않아서 봄을 느끼기에는 먼 느낌이 들었다.
 
 우리 둘은 도량을 걸으면서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웠는데,
 도량 입구에 있는 적송이 많은 곳에 이르렀을 때 였다.
 
 "보살님, 저 끝에 있는 저 두 그루의 소나무 보이시죠.
 저 두 그루의 소나무는 전생에 제가 제 도반과 심은 소나무예요.
 그 도반과 다음 생에 이 곳에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었는데
 그 도반은 아직 나타나지 않네요."
 
 "그래요? 혹시 그 도반이 나 아닌가요?"
 
 " 호 호...그럴지도 모르지요. 호 호 호 "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는 앞서서 걸어갔다.
 
 어쩌면 그럴 지도 모르지 ^.^
 그녀는 가끔 의미심장한 얘기를 내게 던지고는 더 이상 말이 없고는 했다.
 내게 연애 편지라며 건네주고 간 쪽지에는
 '전생애를 걸어 염불하는 것은 약간은 어려운 일 같지만 현생에는 복을 수용하고
 생명이 다하면 곧바로 정토에 태어나서 영겁으로 완전하고 평안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고
 또 부처가 될 때까지 생사의 어두움을 헤매는 일이 없다.' 이런 류였다.

 수시로 내 방에 와서 법담을 나누길 좋아했고,
 내게 필요한 물품들을 말없이 사다가 들여주었다.
 내가 피곤에 지쳐서 누워있으면 그녀는 옆에 앉아 무량수경을 읽어 주었고
 나름대로의 해석을 덧붙여서 설명해 주었다.
 
 그녀가 그 사찰에 온 이래 그렇게 밝은 얼굴을 보인적이 없다고 모두들 얘길 하니
 어쩌면 전생의 도반을 만난 기쁨 때문에 상기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나도 그 도량에 가기 전에 의미있는 꿈을 꾸었었고
 누군가 지중한 인연을 만나게 될 것을 예감했었다.
 그리고 그 꿈의 주인공은 대단한 큰스님이었다.

 이미 그녀는 큰스님의 경지고 또 전생에 대단한 스님이었을 게 분명하니
 현생에 승복을 입고 안 입고를 따질 필요는 없을 것이었다.

 전생에 티베트에 살았던 얘기, 일본에 살았던 얘기, 조선시대에 살았던 얘기 등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참으로 재미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발뒤꿈치도 따라가기가 힘든 사람이다.

 그녀처럼 살 자신조차도 없다.
 삼년을 기도하기 위해 그 도량에 왔다고 했으므로
 특별한 일이 아니면 도량 밖을 나가지 않았고,
 단 한 번도 휴가를 가지 않았다.
 직원들의 회식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철저히 계율에 충실했다.
 
 그런 그녀가 볼 때,
 백일기도를 왔다는 스님들이 툭하면 도량밖을 나가시는 게 못마땅할 것은 뻔했다.
 
 "백일도 저렇게 못참으시나 원..."
 
 참으로 어려운 보살이었다.
 그런 그녀의 눈에는 나도 한심하게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왠지 내게는 늘 깍듯했고 다정했다.
 아마 미혹에서 헤매고 있는 전생의 도반을 끌어올려주기 위한 배려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속세에 대한 아무런 탐착이 남아있는 것 같지 않았다.
 절에서 주는 보시금에도 별 관심이 없었다.
 절이 어려운 것 같을 땐 보시금 받기를 사양하기도 했다.
 아직 미혹이 많이 남아 있는 나로서는 부러운 그녀였다.
 
 그녀의 절대적 신심이 한없이 부러웠으며 또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새벽에 가장 먼저 일어나서 도량을 정비하는 그녀,
 기도스님이 나오시기 전에 이미 그녀는 법당에 앉아서 염불을 했다.
 단 하루도 거르는 법이 없었다.
 염불삼매에 들어서 본 현상들을 내게 얘기해주곤 했다.
 떠도는 수많은 영혼들이 찾아온 이야기 그리고 그들과 같이 염불한 이야기 등...
 
 그리고 이제는 염불도 중요하지만 어울려 사는 법을 공부해야 겠다고 했다.
 그녀의 수행담과 법담은 글로 다 옮기기 힘들다.
 할 수 없는 이야기들도 많으므로...
 나의 질문에 늘 확고한 답변을 해준 그녀,
 그녀의 그 확고함이 부러웠다.
 
 남자들의 유혹에 직면했던 이야기를 해 줄 때는 배를 잡고 웃기도 했다.
 "아이구...자기처럼 청학동 낭자같은 여자에게도 그런 일이 있었어?"
 
 "그런 소리 말아요. 옛날에는 그래도 예쁘다는 소리 많이 들었고
 몸매도 죽여준다고 했어요."
 
 "응??? 몸매가 죽여준다고라??? 
 그럼 어디 한 번 벗어 봐. 호 호 호..."
 
 최근에 겪었던 유혹에 대한 이야기는 더 배를 쥐게 했다.
 또 그녀의 답변이 더 재미있었다.
 "그 양반이 워낙 궁한 사람이라 나같은 여자라도 찍었겠죠."
 
 호 호 호...
 
 화장기 없이 생머리를 질끈 동여맨 그녀지만 예쁘장한 얼굴인 것은 사실이었다.
 키도 보기 좋게 컸고...
 하지만 그녀의 진면목을 알면 모두 도망갈 것인데...^.^
 
 소나무 두 그루는 정말 그녀와 내가 심었던 것일까?
 아님 다른 도반과 그녀가 심었던 것일까?
 그렇다면 그 도반이 빨리 그녀 앞에 나타나길 빌어 주고 싶다.
 
 그녀의 나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지극한지
 그녀는 자신의 돈으로 법당에 내 등을 달아주기도 했다.
 아마도 나는 소나무의 주인공은 아닐지 몰라도 그녀와 한 때 도반이었던 것은 사실이었던 것 같다.
 
 
 나무아미타불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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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난 상근기의 잣대가 아닌 하근기의 잣대로 사람을 보거든요
2014.3.15
 
 어쩌면 완벽한 수행자의 자세와 마인드를 가졌다고 할 수 있는 그녀였지만
 누군가가 볼 때는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 점도 많이 있었다.

 최상승근기를 가진 그녀였으니 도무지 세상 사람들이 마음에 들리가 없다는 점이었다.
 "아니 어떻게 저런 자세로 절에 와서 살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이런 식의 말이 수시로 나왔다.
 그럴때 마다 나는 그녀가 지적하는 사람을 감싸는 편이었다.
 그런 내가 그녀는 못마땅했었나 보다.

 "수한보살님도 사람을 잘 못 보시는 것 같아요.
 어떻게 저런 사람을 보고 괜찮은 사람이라고 합니까.
 얼마나 꾀를 부리면서 일하는지 모르세요?"

 그녀의 질타에 나도 한 마디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보살님은 상근기의 잣대로 사람을 보지만, 
 나는 하근기의 잣대로 사람을 보거든요?
 내 잣대는 그리 세지 않기 때문에 왠만하면 다들 괜찮게 보일 뿐이에요."
 
 "알았어요 알았어요...ㅎ ㅎ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 생각이 잘못 되었네요."
 
 웃으면서 수긍하는 그녀의 얼굴에 가식이나 불쾌함은 보이지 않았다.
 이 점이 대단한 그녀의 장점이기도 했다.
 
 너무도 뛰어난 그녀였기에 사실은 매우 외로운 사람이기도 했다.
 물이 맑으면 고기가 모이지 않고, 산이 높으면 오르려 하는 사람이 없듯이
 그녀 주변에 사람이 많을리는 없었다.
 가끔씩은 그런 그녀가 안쓰럽게 보였으며,
 내 견해로는 그녀가 못마땅해 하는 사람들도 안쓰럽게 보였다.
 내 눈에는 모두가 힘겨운 중생살이를 하는 사람들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치열하고 뛰어난 그녀에게 부족한 점은 중생에 대한 사랑이었다.
 내가 보는 견해로는 그랬다.
 아니 어쩌면 나의 견해가 틀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절에 사는 개나 고양이에게는 지극한 애정을 보였으므로...
 그녀석들은 그녀를 엄마처럼 따랐다.
 심지어 나무 한 그루에게도 지극한 마음을 보이곤 했다.
 때로는 나무와도 대화를 나눈다고 했다.
 
 하지만 왠지 사람에게만은 참으로 냉정하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래서 난 사람에게 따듯함을 줄 수 있는 그녀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랬었다.
 그래서 까다로운 그녀의 잣대를 무너뜨리는 말을 많이 하게 되었었다.
 
 아무리 뛰어난 수행을 한 사람이라도 중생에 대한 사랑이 부족한 사람을 난 좋아하지 않으므로...
 서로 사랑하고 살아도 부족한 삶이며, 다 아픈 중생들 아닌가.
 다들 깊은 얘기를 하지 않아서 그렇지 삶이 아프지 않은 사람은 없다.
 이 고해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는 중생치고 힘들지 않은 사람이 어디있으랴.
 전문 수행자라도 말이다.
 가끔씩 사찰에서 물의를 빚고 떠나는 스님들을 볼 때도 
 한편으론 한심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측은했다.
 아직은 중생의 탈을 벗지 못하였으니 측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난 그녀가 중생을 좀 더 사랑할 수 있는 수행자가 되기를 바랬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살려고 하는 그녀의 삶이 때로는 버거워보이기도 했으며 너무 고독해 보였다.
 외로운 소나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살면 외롭지 않나요?"
 
 그녀는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아니요. 전 너무 행복해요. 아미타부처님을 모시고 사는데 뭐가 외롭습니까?"
 
 철저한 그녀의 신심이 부럽기도 했지만 
 때로는 사람의 냄새가 나는 그녀가 되었음 했다.
 독각승의 이미지를 풍기는 그녀가 난 안쓰러웠다.
 아무리 자신은 괜찮다고 하지만 
 난 그녀가 중생들과 더불어 울고 읏으며 사는 보살이 되기를 바랬다.
 염불을 하여 극락왕생하는 것도 좋지만 
 이 생에서 사람과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수행자가 되었음 했다.
 많이 부족한 사람들이지만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볼 줄 아는 그런 사람말이다.
 
 그리고 그녀는 변해갔다.
 나의 바램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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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삼천배 한 것이 뭔 자랑입니까
2014.3.15
 
 보통은 한 달에 한 번 삼천배만 하여도 대단하다고 하며
 백일을 삼천배를 했다면 존경해 마지 않는 것이 풍속이다.

 그런데 그녀는 삼천배를 삼년을 했다고 했다.
 그것도 공양주를 하면서...
 그러니 하루종일 일하고 절만 했다는 얘기 아닌가.
 이건 사람이 아니다 싶었다.
 그 결과 그녀는 다리 관절이 망가져서 오랫동안 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공양주 노릇도 얼마나 치열하게 했는지 손이 엉망이었다.
 저 여자가 한 때 그렇게 화려하게 산 것이 맞는 말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한문을 자유자재로 쓰는 것을 보았으며
 나와의 깊은 대화에서 상당한 인텔리임을 알아보았으니 의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매일 삼천배를 삼년을 하였다???
 놀랍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얘기였다.
 
 "아니 어떻게 삼쳔배를 삼년씩이나 할 수 있어요? 사람 맞아요?"
 
 나의 질문에 바로 튕겨져 나온 그녀의 답변은 의외였다.
 
 "삼천배 한 게 뭐 자랑할게 되는 일입니까?
 오죽 업이 많았으면 그렇게 지독하게 참회기도를 해야 했겠습니까?
 전 전생에 00나라의 큰 벼슬아치였는데 46살에 사약받고 죽었어요.
 그리고 지옥에 떨어졌지요.
 그 지옥의 고통을 기억하면 몸서리가 쳐져요.
 그래서 그 업을 참회하느냐고 치열하게 수행했어요."
 
 허억...나는 그녀의 답변에 입을 벌리고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저는요, 사람들이 건강해지려고 노력하는 것도 때로는 한심해보여요.
 수많은 살생의 업을 가진 사람들이 어찌 건강해지기를 바란답니까.
 그것처럼 강한 탐욕이 없어요. 너무 염치없는 바램이지요.
 건강해서 뭐할라구요.

 조금더 명이 길어지는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그 건강한 몸으로 큰 일을 하려는 원이 있으면 모를까 그 탐욕은 버려야 합니다.
 전 스님들이 시자들에게 다리를 주무르라고 하는 모습도 영 마땅치 않았어요.
 아직 촉의 경계에 끄달리고 있다는 증거 아닙니까.
 다리가 아프면 아픈대로 그 경계를 공부로 삼으면 되는데 왜 남한테 다리를 주무르라고 하는지..."
 
 아이쿠...나는 말문이 막혔다.
 누가 감히 그녀에게 수행을 말할 수 있으랴.
 
 "그런데 이 도량에 소나무를 심은 것은 어느 전생이유?"
 
 "전전생이에요. 그때 제가 수행을 하다 잠시 옆길로 빠졌거든요.
 그래서 그 다음생에는 벼슬아치가 되었고...탐욕도 부렸고 결국 사약받고 죽었지요 뭐.
 바로 환생에 들지 못하고 오랫동안 지옥고를 겪다가 이 생에 몸을 받았지요.
 이 생에 몸을 받아가지고도 전생의 탐욕이 남아가지고 사업을 했지요.
 그러나 어느 순간 그 모든 것이 부질없다 여겨져 세속을 접었어요.
 사람들은요 자신들이 얼마나 업보중생인지 모르고 탐욕만 부려요.

 그러니 부지런히 참회기도를 해야해요.
 참회기도 없이는 도를 못이룹니다.
 백날 가부좌 틀고 앉아 있어봤자 소용없어요.
 업장에 가려서 화두가 들리지 않아요. 온갖 장애가 일어나는데요 뭐.
 참회기도 없이는 그 장애를 뛰어넘지 못해요."
 
 참회기도 없이는 장애를 뛰어넘지 못한다?
 그녀의 말이 가슴깊이 와 닿았다.
 사실은 나도 선방에서 꽤 수행이 깊은 사람이었는데 엄청난 장애에 침몰하는 모습을 보았었다.
 너무나 가슴 아픈 기억이었다.아니 생각하고 싶지 않은 아픈 기억이다.

 한 경지에 이르려는 그에게 엄청난 마장이 왔었다.
 가혹한 운명의 장난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는...
 그래서 조금은 실망도 했었고, 회의도 했었고, 슬프기도 했었다.
 꼭 엑소시스트라는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했다.
 그것은 전생의 무서운 업에 의한 장애라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러니 그녀의 말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그녀도 나와의 대화로 인해 변해갔지만 
 나도 그녀와의 대화로 인해 변해갔다.
 더 깊이 내 속에 있는 탐욕의 근원을 보게 되었고 버리게 되었다.
 그녀는 내게 있어서 대단한 선지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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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그녀는 미타행자
2014.3.21

 미타행자,
 그녀의 호칭을 이렇게 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오직 나무아미타불 여섯자만을 염하고 있으며 극락세계를 관하고 사는 여자이고
 모든 사람에게 '나무아미타불' 여섯자를 전하는 원력을 세운 미타행자이기에...
 
 나는 그녀가 얼마만큼의 수행과 이론으로 말하는 것인지 알고 싶어서
 이리 찔러 보고 저리 찔러 보면서 그녀를 가늠해보려고 애썼다.
 그리고 그때 마다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나를 긴장하게 했으며 눈을 동그랗게 뜨게 했다.
 그녀가 하는 말들은 어설픈 수행력으로 하는 말들이 전혀 아니기 때문이었다.
 또 그녀가 잠시 스승으로 모시고 공부하고자 했던 분들은 
 왠만한 사람은 감히 친견하기 조차 어려운 당대의 선지식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에게 왜 화두를 들지 않느냐고 질문했을 때
 이런 글에서 밝히기는 좀 거북한 많은 경험담들을 들려주었다.
 도를 구하고자 선지식들의 시봉들기를 주저하지 않은 치열함
 그 당대의 선지식들에게서 공부하고 느꼈던 점들의 거침없는 설명은 나를 놀라게 했었다.
 생각외로 그녀가 굉장히 깊이 갔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선지식들께 원력의 부족함을 지적하고 떠나왔다는 그녀의 당돌함엔
 통쾌하기도 하고 어의없기도 하고 미소짓게도 하고 그랬다.
 
 "솔직히 화두 제대로 두는 사람없어요. 모두 말장난이에요.
 말로 그럴싸하게 포장들을 하고 있어요.
 화두는 의심을 일으키는 것인데 그 의심을 과연 제대로 일으킬 수 있을까요?
 설사 일의킨다해도 몇분간 지속할 수 있을까요.
 금새 망념이 들어오고 대부분 졸고 앉아 있어요.
 고요함이 화두는 절대 아니거든요."
 
 "그렇다면 달마대사로부터 이어져온 선을 부정하는 겁니까?"
 
 "부정하는 게 아닙니다.
 지금은 말법시대라 참선을 할 수 있는 근기를 가진 사람이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지요.
 그리고 말입니다. 
 우리나라 불교의 한심한 문제는 이상하게 선을 하는 사람은 굉장히 높이 보고
 염불하는 사람은 하근기 할매들이나 하는 것으로 무시하는 풍토라는 겁니다.
 진정 화두가 뭔지도 모르면서 선을 높이 보고
 진정 염불이 뭔지도 모르면서 무시들을 하는 것이지요."
 
 "그래도 일반적으로 염불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쉬운 길로 알고 있잖아요?"
 
 "물론 염불은 누구나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게 염불이기도 합니다.
 입으로 관세음보살이나 나무아미타불을 왼다고 다 염불은 아니지요.
 진정 그 마음속에 부처님을 담고 하는 것인지,
 부처님의 원력을 백프로 확신하고 하는지는 모를 일이지요,
 그냥 습관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지요 
 사실 그건 염불이라고 할 수가 없어요.

 특히 나무아미타불 여섯자는 상근기가 아니면 할 수가 없어요.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온갖 망념과 탐진치에 쩔어서 염불을 한들 그게 염불이 되겠습니까
 전 위빠사나든 참선이든 주력이든 염불이든 절수행이든 어떤 질문에도 확고하게 답변할 수 있으며
 나름대로의 문제점을 자신있게 지적할 수 있어요. 
 제가 다 치열하게 해보았으니까요."
 
 "나무아미타불 염불은 상근기가 아니면 할 수가 없는 것이라?"
 나의 의외의 답변에 좀 놀라왔다.
 내가 그동안 염불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살아온 듯 했다.
 
 "그럼요...근기에 상관없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염불이긴 하지만
 상근기가 아니면 제대로 할 수 없는 게 나무아미타불 염불입니다.
 우리의 본래면목 자리로 돌아가기를 소망하며 하는 염불인데 쉽다고 보면 안되지요.
 솔직히 평생을 화두들었다는 큰스님들의 임종에 얽힌 비밀한 이야기들을 들으면
 다들 실망할 겁니다. 임종의 순간에도 화두를 들어야 하는데 놓친다 이 말입니다.

 그만큼 화두 드는것이 쉬운게 아닌데 왜 참선타령들을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다 이 말입니다.
 거기다 제대로 염불도 안 해 본 사람들이 왜 염불을 우습게 아는지 모르겠어요.
 그 마음 속에 진정한 신심도 없으며 원력도 없는 사람들이..."
 
 "....."
 나는 그녀와의 대화 속에서 할 말을 잃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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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도량이 염불하는 것을 보세요 
2014.3.21
 
 "수한 보살님 얼른 산신각으로 와 보세요 좋은 것 보여줄께요"
 
 그녀가 상기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난 ' 알았어' 하고는 너무 바쁘고 피곤해서 올라가지를 못했다.
 한시간 쯤 지나서 그녀가 내 방을 두드렸다.
 
 "왜 아까 산신각으로 오라고 했을 때 안왔어요.
 제가 근사한 선물을 드릴려 했는데..."
 
 "너무 피곤해서 올라갈 기운이 없더라고, 그런데 무슨 선물을 준다고 그래
 누가 산신각에 좋은 공양물이라고 올렸는감?"
 
 "호호... 그게 아녜요.
 오늘 이 도량이 염불을 하더라구요. 나무아미타불 하면서...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수한보살님께 보여주려 했어요.
 산신각에서 보면 도량 전체가 다 보이잖아요."
 
 "하이구...도량이 염불을 한다구요?"
 
 "그럼요. 도량도 염불을 하지요."
 
 "흐음...그렇다한들 내가 그걸 볼 수 있는 눈이 있어야말이지..."
 
 "그때는 도량전체에 바람이 분답니다.
 하지만 그냥 부는 바람하고는 달라요. 
 보살님과 같이 보고 싶었는데 아쉽네요.
 다음에 제가 부르면 얼른 오세요, 보여줄게요.느껴라도 보시라구요."
 
 완전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같은 이야기만 하고 있네...^.^
 
 " 도량에 계신 산신님은 저와 천 년 전에 인연이 있던 분에요."
 
 "으잉??? 그것까지 안다고라???"
 
 "예...천 년 전에 이 곳 산신님은 ㅇㅇ국의 왕자님이었고 전 일본 귀족의 딸이었지요.
 그 때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했었어요.호호호...^.^
 왕자님은 다음 생엔 ㅇㅇ국의 큰스님이었던 ㅇㅇ국사로 불리었지요.
 아주 도가 높은 큰스님이었던 분이 이 곳 산신으로 계신답니다."
 
 못살아 정말...
 
 "그래서 이곳에서 만나니 기뻤겠네요?"
 
 "호...이미 남녀의 애욕을 떠나신 분인데요 뭐 호호..."
 
 "그래 두 분이 무슨 대화를 나누었수?"
 
 이 대화만큼은 나만 알고 있어야 겠다? ^.^
 
 "근데 그런 것들을 어떻게 다 알 수가 있어요?"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죽어라고 해 보세요 그러면 보살님이 알고 싶은 것 다 알 수가 있어요.
 그리고 전 전생에 천태지관수행을 치열하게 했었다고 했잖아요."
 
 상기된 얼굴로 미소지으며 내게 말하는 그녀의 얼굴이 너무 맑고 어린아이같이 귀엽다.
 별난 그녀와 별난 이야기들을 나누는 기쁨만이 그 도량에서의 유일한 기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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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미타행자 그녀는 날 두렵게 했다
2014.3.21
 
 미타행자 그녀는 늘 간곡하게 내게 염불하기를 권했다.
 말세중생이 생사의 고해를 건너가는 방법은 나무아미타불 염불밖에는 다른 길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아미타부처님의 48대원에, 즉 아미타부처님의 본원력에 있다고  했다.
 그 본원력에 의지하지 않고 고해의 바다를 건널 생각을 한다는 것은 너무 무리한 생각이라고.
 아니 어림도 없는 생각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와 깊은 대화를 나누면서 점점 한숨이 나왔으며
 나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에 얼굴이 붉어지기도 했고,
 그녀의 경지가 날 두렵게도 했다.

 그녀는 선지식들이 쓴 책만보고도 그 사람의 사생활까지 꿰뚫어 보았다.
 그래서 감히 그녀 앞에서 나를 자랑한다든가 거짓을 말한다든가 하는 짓은 할 수가 없었다.
 그런 그녀를 어느 사람들은 신기가 있다고 폄하해서 말하기도 했지만
 그녀는 그런 말을 듣는 것도 다 자신이 전생에 사람들의 운명같은 것을 봐준 업보임을 알기에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쉽게 신기가 있어서라고 폄하할 수 있는 여자가 아니었다.
 내로라 하는 선지식들과 법거량을 하면서 그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여자이니...
 나는 매우 깊이 있게 그녀를 점검해 보았었고,
 그녀에게서 나오는 답변은 늘 충격적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삼매에 드는 것도 진정한 삼매는 아니라고 부정하였다.
 업장이 소멸되지 않고는 삼매에 들 수 없다고 했다.
 욕계의 중생은 설사 삼매에 든다고 해도 거친 삼매에 들 뿐이라고 했다.
 모두들 진정한 삼매가 무언지도 모르면서 말장난들을 한다고 강하게 항변했다.
 
 화두를 든다고 하나, 의정을 일으키는 게 무언지 제대로 알고 하는 사람이 없으며
 조사의 경지에 간 선지식이 아니면 화두를 제대로 들 수 없다고 했다.
 자신도 한 때는 화두를 들고 있다고 스스로에게 속았다고 말했다.
 화두를 든다고 생각하는 순간 화미에 빠지는 것이며
 진정 화두를 드는 사람은 화두를 든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 것이라고...
 
 "그럼 일반적으로 견성이라는 것을 생각이 끊어진 무념의 자리를 보는 것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요?
 또 어느 선지식은 화두는 적극적인 무념이라고 하셨는데?"

 "생각이 끊어진 자리를 본래면목자리라고 본다는 것은 너무 한심한 생각입니다.
 본래면목자리는 그런 것이 아니에요. 
 그리고 화두를 적극적인 무념이라고 말했다면 그 분은 화두가 뭔지를 진정으로 모르고 계신 겁니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무념은 참나의 경지가 아닙니다.
 선에서 말하는 그 자리 하고 생각이 끊어진 자리 하고는 전혀 다른 얘깁니다.
 다들 참선을 이상하게 이해하고 말하고 있어요."
 
 "그래도 요즘 깨달았다고 하는 사람들 많이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공부가 익은 사람은 걸음걸이도 다르고 손놀림도 달라요.
 전혀달라요...자칭 깨달았다고 하는 분들 만나보니 아니었어요.
 다들 말장난 하고 있고, 그 말장난에 속고들 있어요.
 진짜 화두를 들라면 깨달은 이후에나 들 수 있다고 전 생각해요.
 그 전에는 절대로 화두 못 들어요.
 그러니 보살님도 시간 낭비하지 말고 염불이나 부지런히 하세요."
 
 참으로 단호하고도 무서운 말이었다.
 점점 그녀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같이 웃고 떠들면서도 그녀는 나의 행동거지를 모두 들여다 보고 있었을 것이 아닌가.
 모두를 그녀를 그냥 좀 특이한 여자, 또는 별난 여자,
 때로는 지멋에 겨워 사는 여자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수행에 관한 한 그녀의 공부는 굉장히 깊었다.

 이론적으로도 누구도 따라갈 수 없을 만큼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삼년기도 중 지금 2년 가까이 되었는데 단 한 번도 휴가를 가지 않았으며
 단 하루도 정진을 빠뜨리지 않을 만큼 치열했다.
 그러면서도 도량의 누구보다 많은 일을 했다.

 쓰레기 치우고 지게지고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보통의 사람이면 월급을 더 달라고 할 터이지만
 그녀는 자기는 돈 쓸데가 없는 사람이니 그 마저도 받지 않으려 할 때가 많았다.
 그녀와 대화를 하면서 내 다리에 힘이 빠져갔다.
 맥이 탁 풀렸다.
 그렇다면 이제까지 내가 한 공부란 것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갑자기 수행에 대해서 누구와 얘기 하는 것도
 또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감히 근기도 안되고 자격도 없는 사람이 너무 많은 말을 쏟아내고 산 것은 아닌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수행에 대해 갖고 있는 나의 잘못된 관념을 버리고 고치고 하는 좋은 기회였다.
 그리고 바르게 선지식을 볼 수 있는 눈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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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부처님의 손을 잡고 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2014.3.21
 
 미타행자 그녀와 대화를 나누면서 나는 이제껏 제대로 부처님의 세계를,
 또는 부처님의 본원력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성찰이 들었다.
 그리고 지난 날 나의 스승이었던 분의 경지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반성을 했다.
 나의 근기가 너무 하열했으므로...
 
 나는 오랜만에 아미타경과 관무량수경을  다시 읽어보았다.
 그리고 이제서야 왜 정토삼부경이 모든 경전을 공부한 후에 마지막으로 공부해야 하는 경전임을 알게 되었다.
 그냥 환상의 세계같은 아미타경이 얼마나 어려운 경전인지 인정하게 되었다.
 
 그녀는 우리는 아직 아미타경을 이해는 커녕 읽을 수 있는 경지도 아니라고 했다.
 관무량수경을 읽으나 극락세계를 제대로 관할 수도 없는 하열한 경지이며
 업보중생의 몸으로는 솔직히 극락세계를 마음에 그리는 것 조차 쉬운 일이 아니라고 했다.
 그 위대하고 심오한 경전을 너무 쉽게 해석들을 하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나는 아미타부처님의 48대원이 얼마나 위대한 원인지 새삼 느끼게 되어
 마음이 착잡하고 힘들고 슬프기 까지 했다.
 지난 날 나의 스승은 어느 사찰에 가든 늘 아미타부처님의 48대원을 읽으셨다.
 그 분이 왜 그러셔야 했는지를 그 분의 그 간절한 심정을 이제서야 제대로 알게 되어 슬프기도 했다.
 
 그 분은 늘 말세중생은 부처님의 손을 잡고 가지 않고는 절대로 생사의 바다를 건널 수 없다고 강조하셨었다.
 이 생에서 내가 만난 백프로의 절대적인 신심을 가진 유일한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번에 미타행자인 그녀를 만나면서 그녀 역시 백프로의 신심을 가진 여자임을 알게 되었다.
 
 아, 지난 날 나는 왜 그리 어리석었을까.
 나의 스승이 내게 한 눈 팔지 말고 부처님을 염송할 것을 그리 권하셨으나
 나는 이 곳 저 곳을 기웃거리며 진실하게 정진하지를 않았었다.
 아니 나에겐 믿는 마음이 부족하였으니...
 
 그녀도 내게 믿는 마음이 부족함을 나무랐다.
 나를 염불행자로 만들기 위해 그녀는 많은 노력을 하였다.
 그래야만 하는 당위성을 깊고도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래서 다시금 부처님을 마음에 새기기 위하여
 아니 내 마음 속에 지극하게 모시기 위하여 새롭게 공부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나의 수행은 이제부터 진정 시작됐다고 해도 될 터였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수행의 첫시작으로...
 
 부처님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이제부터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것만이 내 인생의 가장 큰 축복이며 행복임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지난 날의 방황과 공부가 헛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 방황과 공부는 값진 거름이 되었다.

 보다 넓게 세상을 알게 되었고 수많은 편견도 버리게 되었으니...
 하지만 부처님에 대한 사랑과 존경의 마음은 죽는 날까지 후퇴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난 모든 진리의 말씀은 사랑할 것이며
 법을 전하는 모든 선지식들을 경배할 것이다.
 
 나무아미타불...
 이 여섯자 속에 얼마나 많은 공덕이 들어있는지 아느냐고 그녀가 말했었다.
 그래서 이 여섯자를 염송하는 사람은 그 어떤 무거운 업도 소멸할 수 있다고 했다.
 아미타부처님의 원력의 힘에 의해 그리 된다고 강조했다.
 아미타부처님의 원력을 의심하지 말고
 아미타부처님의 본원력에 의지하여 생사의 바다를 건너자고...
 
 나무아미타불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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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우리 공양주 결사 해볼까요? 
2014.3.23
 
 어느 날 그녀가 내게 엉뚱한 제안을 했다.

 "수한보살님 우리 둘이서 일년 동안 공양주 결사 한 번 안해볼래요?"

 "응...? 공양주 결사라고요? 호 호 호..."

 난 너무 우스웠다.
 만일염불 결사도 아니고 공양주 결사라니?
 
 "같이 한 번 해보고 싶어요.
 공양주 노릇 하는 것이 공부에는 최고에요.
 공양간에서 일하다보면 많은 사람들을 관찰할 수 있어요.
 밥 먹는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의 성품이 보이고 공부정도가 보여요.
 또 지극한 마음으로 공양을 지으면서 자신을 보는 공부도 되고요.
 복도 짓고 업장소멸도 하고...공양주가 최고지요."
 
 공양주 일은 이미 회향했다더니 왠일이래?
 아마도 나와 공양간에서 일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재미있고 좋았나?
 그녀의 소임은 빨래와 청소지만 공양간에 항상 사람이 부족하다보니
 수시로 공양간을 들락거리며 일을 거들고 있었다.
 
 하지만 난 그녀의 눈빛에서 
 어쩌면 그녀가 나에 대한 배려로 그런 제의를 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업을 팍팍 녹여줄라고...
 그래야 소멸될 업을 그녀가 알고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나의 계획이 있고 또 한 곳에 너무 오래 머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기에 승낙을 못했다.
 그녀와 같이라면 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그녀가 있었기에 그동안 어떤 도량에 머물때 보다 즐거웠으며 행복했다.
 대화가 통하는 도반과 같이 살고 같이 일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즐겁다.
 하루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흘러간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그녀의 얼굴이었다.
 마치 사랑하는 연인을 그리듯이...
 
 그녀는 나를 설레게 했다.
 오늘은 또 어떤 대화들을 나누게 될까 해서...
 난 점점 그녀를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또 한 사람의 수행자로서 사랑하게 되었다.
 또 한 사람의 선지식으로서...
 
 공양간에서 일하다보면 공양주들이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이
 스님들의 음식타박이다.
 이 점은 나역시도 가장 못마땅한 부분이었다.
 매우니 싱거우니 짜니...
 
 그때마다 그녀의 입이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참내 스님도... 자성이 없다고 하시고서 와그라시노?
 매운 맛도 고정되어 있지 않으니 조금 있으면 사라질터인데
 왜 없는 자성에 끄달리신단 말인고?"
 
 "호 호...그러게 말이야."
 
 "제가요. 아무개큰스님 밑에서 시봉을 들었었는데요.
 세상에나 얼마나 음식이 까다로우신지요 공양주들 죽여주데요.
 그러시고서 무슨 한소식을 했다고 그러시는지...
 전 음식타박 하는 스님은 절대로 한소식했다고 인정 안합니다.
 한소식했으면 그럴 수가 없어요.
 미각에 걸려 있는데 무슨 한소식입니까?"
 
 그녀는 출가수행자보다 더 계율에 철저했다.
 육식은 절대로 안했는데,
 그 이유가 살생의 인연을 맺지 않기 위해서라고 했다.
 우리들 업 중에서 가장 큰 업이 바로 살생의 업이라고...
 오신채도 음욕과 화를 북돋운다고 먹지 않았으며 오후불식 하였다.
 
 "제대로 수행을 한 사람은 육식을 하라 해도 못합니다.
 오신채도 먹으면 몸에서 금방 신호가 와요. 
 그걸 못느낀다면 그는 수행을 제대로 한 사람이 아니지요.
 계는 일부러 지키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지켜지게 되어야 해요.
 또 여러가지 음식을 먹는 것은 일견 골고루 먹어서 좋은 것 같지만
 수행자에게는 산만심을 길러줘요.
 음식을 간결하게 먹는 사람일수록 수행의 깊이가 있다고 보면 돼요."
 
 그녀가 있어서
 그녀에게 법문을 들을 수 있어서
 그녀에게 어떤 궁금한 질문도 할 수 있어서 
 그래서 그곳에서의 생활은 참으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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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이렇게 살기 위해 많은 걸 버렸답니다
2014.3.26
 
"전 이렇게 살기 위해 모든 걸 다 버렸어요. 하지만 후회도 미련도 없어요."

 청소 하고 빨래 하고 남는 시간은 치열하게 염불정진하는 그 삶이 그렇게도 좋았을까?
 보통 사람들이 볼 때는 이해도 안가고 안타깝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몇달 전에 그녀의 동생이 찾아와 언니가 사는 모습을 보고는
 눈물을 바가지로 흘리고 갔다고 했다.
 
 하긴 그렇기도 할 것이다.
 세속말로 스펙이 화려한 그녀이니 기가 막히기도 했을 것이다.
 
 불교로 개종하기 전까지는 카톨릭교도 였으며 모태신앙이라고 했다.
 그녀는 의대를 나와서 한동안 카톨릭계에서 운영하는 나환자들을 위한 병원에서
 의사로 일했었다고 했다.
 그녀의 보살심은 이미 타고난 것이었나 보다.
 가장 낮은 곳으로...가장 힘든 곳으로 가려고 하는 보살심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타종교의 보살행과 불교의 보살행은 비교할 수 없는 경지라고 말했다.
 타종교의 보살행은 '나'가 남아있지만 불교의 보살행은 철저히 '나'를 부정하고 내세우지 않는 행이라고,
 
 여차여차한 사유로 인해 의사생활을 접고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이유는 오직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그리고 그녀는 그 돈으로 중생구제사업을 할 생각을 했다고 했다.
 고아들 40명쯤 데려다 키울 생각을 했었다고...
 그 뜻을 같이 할 남자를 찾았으나 찾지 못하던 중
 뒤늦은 나이 사십에 겨우 만나서 결혼을 하였지만

 막상 결혼하고 나니 남편이 그 약속을 지키지 않고 더 큰 돈만 추구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단다.
 허탈한 마음에 우연히 해인사로 여행을 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그녀는 운명을 전환할 발심을 하게 되었단다.
 해인사 부처님에게 홀딱 반해서 이혼을 결심하고 실행에 옮겼다고...
 
 "이혼을 안해주려는 남편과 힘들게 정리를 했지요.
 이혼 후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연락을 해 오는 남편 때문에 많이 울었답니다.
 눈에 핏줄이 터지도록...저의 친정부모님은 저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까지 했어요.
 신부가 된 두명의 삼촌들은 불교로 개종한 저를 무척 나무라셨습니다.
 결국 식구들 몰래 산으로 도망갔어요."
 
 "... 혹시 남편에 대한 미련같은 것은 남아있지 않나요?"
 
 "아니요...전생의 빚을 갚기 위해 만났던 건데요 뭐.
 제가 전생에 큰 벼슬아치였는데 당연히 많은 첩을 두었겠지요?
 그때 오로지 저만 바라보고 일편단심 사랑한 여인이 현생의 남편이었어요.
 사랑을 혼자 독차지하고 싶던 그 열망때문에 이생에 부부로 만난 것 같애요."
 
 "지금의 삶에 대한 후회같은 건 없어요?"
 
 "ㅎ 어느 사찰에 있을 때 어떤 보살님이 제게 그러데요.
 '이렇게 젊고 고운 보살이 아깝게 왜 이렇게 사느냐' 고요.
 ㅎㅎ 제가 이렇게 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희생했는데요.
 세속의 인연들 때문에 밤이 하얗게 새도록 운적도 많았어요.
 하지만 늘 결론은 똑같았어요.
 이 선택을 잘했다구요.이렇게 사는 것이 넘 행복하답니다."

 
 "아직도 고아들을 키우고 싶다던 꿈은 간직하고 있나요?"

 "불교로 개종하고나서 그것만이 최선의 삶의 방식은 아님을 알았답니다.
 좋은 일...하면 좋지요. 하지만 전 이생에 생사문제를 해결하고 싶답니다.
 몇년 후 다른 종단으로 정식출가를 하여 절을 하나 짓고 살까 생각도 하는데
 그때 그 꿈을 펴게 될 수도 있지요.

 지금은 그저 기도에만 충실하고 싶어요.
 무엇을 하든 제 업이 왠만큼 소멸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불어오는 업장의 바람을 막을 수 없거든요.
 참회기도 이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는 것을 종교인들이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전 참회해야 할 업이 너무 많은 사람에요."
 
 그녀는 참회기도의 중요성을 늘 내게 강조했다.
 업장이 두꺼운 사람들은 기도도 잘 안되고 어떤 수행을 해도 마장에 걸려 넘어지며
 세속의 일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일단은 내 안의 쓰레기들을 먼저 치우고 깨끗한 그릇을 만든 다음에
 무엇을 담아도 담아야 한다고...
 
 나무아미타불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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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전 선(禪)을 할 근기가 못됩니다 
2014.3.26
 
 오직 나무아미타불 염불만을 할 것을 강조한 그녀지만 선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하였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수승한 선을 하지 않고 왜 염불을 선택했습니까" 물어보았다.
 
 "아이고 보살님...제가 선을 할 근기가 안되니까 그렇지요.
 선이야 말로 최상상근기가 하는 것 아닙니까.
 해보니 제 근기같고는 안되더라 였어요."
 
 "그런 대단한 근기를 갖고도 선을 할 수 없다면 누가 할 수 있다는 겁니까?"

 "선을 할려면요.
 걸식수행을 하여야 하고,
 분소의를 입어야 하고,
 한 나무 밑에서 하루 이상 잠을 자지 않을 정도가 되야 해요.
 이 시대에 그럴 수 있는 수행자 있습니까?

 편하게 선방에 앉아서 보살들이 해드리는 공양 드시면서 무슨 선을 합니까?
 그건 제대로 된 수행이 아닙니다. 그래갖고는 선은 못합니다 어림도 없지요.
 다들 수행이라는 겉멋만 잔뜩 들어있어요.
 재가자들도 선방에만 다니면 목에 힘주고 다녀요.
 웃기는 착각들이고 작태들이지요.
 선이 뭔지 화두가 뭔지 알고나 그러는지 한심해요."
 
 난 할 말이 없어서 헛헛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내게 하는 말이,
 "보살님도 이제는 염불할 근기가 된 것 같습니다."
 
 "와 하 하...이제서야 염불할 근기가 되었다구요?"
 
 생각하기에 따라서 상당히 자존심 상하고 기분 나쁜 말이기도 했지만
 난 어처구니가 없고 기운이 빠지기도 해서 한바탕 웃어제꼈다.
 다른 사람이 그 말을 내게 했으면 심하게 반격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수행의 고수가 하는 말이니 수긍하지 않을 수도 없고...ㅎㅎㅎ
 
 "염불이 아무나 하는 건줄 압니까.
 입만 달싹거린다고 염불이 아니잖아요.
 그동안 이런 수행 저런 수행 하면서 간도 보고 맛도 보았을터이니
 이제는 흔들림없이 염불수행 할 수 있지 않겠어요?
 어느정도 진리의 세계에 대한 이해도 있고 업장도 많이 녹아내린 사람이 할 수 있는게 염불수행입니다.
 복을 비느냐고 하는 염불은 참된 염불이 아닙니다.
 그건 괴테의 파우스트에 나오듯이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행위에요."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행위라?"
 그녀는 참으로 신랄했다.

 "제가 그렇게 말하니 어떤 사람이 항의하데요.
 그럼 기도할 수 있는 근기가 되는 사람도 없겠다고요."
 
 "그렇게 반격할 수 있지요. 중생의 마음이란 건 소원성취에 목이 마르니까요."
 
 "소원성취는 참회기도를 열심히 하면 저절로 되요.
 업이 녹아내리면 저절로 되는 것인데 자꾸 부처님이나 신들에게 청탁을 하고 거래를 하려고 드니 문제에요."
 
 "그럼 참회기도는 어찌해야 합니까?"
 
 "저는 나무아미타불 여섯자를 지극하게 염하면 참회는 저절로 된다고 봐요.
 아무것도 바라는 마음없이 오직 부처님만 생각하면서요.
 그러면 업장이 녹아내려요.
 전 저의 이 몸뚱이는 부처님을 예경하는데만,
 이 입은 염불을 하는데만 쓰고 살다 가고싶어요.
 그런데 요놈의 입은 그게 잘 안되네요. ㅎㅎㅎ "
 
 참으로 절대적인 신심을 가진 여자다.
 난 그녀의 신심이 너무 부러웠다.
 
 나무아미타불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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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주력수행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2014.3.26

 "내가 말했다.
 전 주로 주력수행(진언,다라니)을 많이 했어요."
 
 "제가 봐도 보살님은 전생에 주력수행으로 한 경지에 갔던 것 같아요."
 
 "그런데 왜 주력수행을 그만두고 염불을 하라 합니까?"

 "부처님의 명호에는 모든 게 다 들어있으니까요.
 그리고 사실 주력수행은 위험성이 많아요.
 저도 한 때는 백련암에서 아비라 기도를 했습니다.
'아비라의 여신' 소리까지 들을 정도로 치열하게 했습니다.
 남들은 두꺼운 방석을 깔고 호궤합장을 하였지만 저는 얇은 방석을 깔고 했어요.
 삼천배를 21일 한 후에 시작하였죠.
 당연히 능엄주와 법신진언도 치열하게 했지요.

 그때 많은 경계체험을 했습니다.
 제 전생도 보이고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의 전생도 보이고 뭐 그랬어요.
 하지만 중요한 건 그런게 아니겠지요.
 능엄주를 할 때 아주 이상한 현상을 겪었어요.
 보통 5분이면 일독을 하는데 하루종일 했는데도 21일독을 못 넘어가는 거에요.
 입에서는 계속 침이 나와서 옆에 물컵을 두고 침을 뱉어가면서 했어요.
 죽어라고 하는데도 21일독을 겨우했어요.

 그리고 무서운 경계를 보았어요.
 그 이후 '아, 능엄주는 아무나 해서는 안되는구나' 깨닫고는 접었답니다.
 성철스님도 하루 7독이상은 하지 말라고 하셨다는데
 지금의 한국불교에선 능엄주를 하루 백팔독,또는 그 이상을 하고 있어요.
 전 매우 문제가 심각하다고 봅니다.
 능엄주를 하면 모든 부처님과 신들과 조사들까지 다 불러들여 모시고 하는 것인데
 다 모셔놓고는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걸까요?

 수습할 능력도 뭣도 없으며서 잔뜩 불러서 모셔놓고 어떡하겠다는 건지...
 다른 주력수행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주력은 부처님뿐만이 아니라 그 다라니를 수호하는 신들까지 청하는 것이거든요.
 잘못하면 주화입마에 결려서 무서운 현상을 겪게 됩니다.
 그래서 가장 안전한 수행법이 염불법임을 알게 된 겁니다."
 
 "하긴 전에 저의 스승였던 분께서도 능엄주나 천수다라니 하는 것을 경계하셨어요.
 당신의 체험으로는 능엄주는 세속의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는 마음이 아니면 안되고
 천수다라니는 보살행을 서원하는 사람이 아니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했어요.
 주력수행을 하다보면 당연히 신통이 오는데 그걸 감당할 근기들이 아니면서 
 이상한 욕심에 끌려서 하고 있으니 위험하다고 했지요."
 
 "사실은 저에게도 신통이 왔지요.
 손에서 열이나고 얼마나 뜨거운지 합장조차 할 수 없었어요.
 누군가가 제 손으로 다른 사람의 아픈 부위를 만지면 나을 수 있을 거라 했어요.
 손에 치유의 능력이 왔다는 것이지요.
 만약 그 능력을 안쓰면 오히려 제게 화가 미칠거라 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전 그 능력을 쓰지 않았습니다.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절대로 안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그랬더니 어느 날인가 손의 열이 식기 시작하더군요."
 
 '대부분은 그 능력을 쓰고 싶어 했을텐데 용케 극복하셨네요."
 
 "전 누구 운명 봐주고 병 고쳐주고 그런 것 절대로 안 합니다.
 그런다고 운명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병 고쳐준다고 그 사람이 영원히 삽니까?
 신통한 사람의 능력에 의존하여 병을 고치면 다른 것으로 곤욕을 치뤄야 합니다.
 그게 철저한 인과법의 세계거든요. 이 세상엔 공짜 없습니다.
 전 한때 신장에 이상이 생겨서 이식수술을 받아야 할지도 모를 상황까지 갔지만
 그 모든 것을 저의 업으로 알고 오직 참회기도를 하여 병을 낳았습니다.
 작은 병은 병원에서 치료할 수 있지만 큰 병은 참회기도 밖에 없어요."
 
 "그래서 어느 선지식께선 참회기도만 하고 가도
 이 생에서 훌륭한 수행을 하고 가는 것이라고 했나 봅니다.
 아, 저도 근기도 안되는 사람이 너무 많이 기웃거리고 산 것 같습니다."
 
 "ㅎ 하지만 해보지 않은 것보다는 해보는 것이 나아요.
 그래야 그 문제점도 알고 다시는 흔들림 없이 염불정진할 수 있으니까요.
 경전공부도 해야 할 땐 해야해요.그러지 않으면 자칫 사도에 빠질 수 있거든요.
 이제는 보살님도 흔들림없이 염불수행을 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처음 이 곳에 오실 때보다는 업장이 엄청 녹아내렸어요.
 아주 짧은 시간에 무척 많이 녹아내린게 보이네요.
 이제 진짜 염불을 하실 수 있는 근기가 된 것 같아요.
 염심히 해보세요. ㅎㅎㅎ "
 
 "흐음...ㅎ ㅎ ㅎ "
 
 
 나무아미타불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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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수행할 땐 명산의 지기를 받는 것도 좋아요 
2014.3.26

 그녀는 내가 그 도량에 오래 머물기를 청했으나
 나는 한 도량에 오래 머무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니 떠나겠다고 말했다.
 한 곳에 오래 있다보면 타성이 생기고 이런 저런 문제들에 휘말려들어가기가 쉽다.
 그때부터 수행은 끝이다.
 
 이런 내 의중을 그녀는 십분 이해했다.
 자신도 한 도량에 일년 이상 머문 적이 없는데 이 곳 만큼은 2년가까이 머물고 있다고...
 3년 기도를 발원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사실 3년 기도를 꼭 한 도량에서 할 필요는 없음을 그녀도 알고 있었다.
 도량이 편해져서 내 집같은 마음이 들면 그때부터 나태함이 고개를 듦을 경계하고 있었다.
 자신도 언제 떠날지 모른다며 내게 지리산 쪽을 한 번 가보라고 권했다.
 
 "수행을 할 때는 이 곳 저 곳의 명산의 지기를 받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옛 수행자들이 만행을 하면서 돌아다닌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분들은 아무리 좋은 명산 명찰이라도 한 곳에 오래 머물지 않았지요.
 좋은 것에 탐착하는 마음을 경계한 때문이겠지요.
 공부가 경지에 오르면 그 때는 명산 명찰을 찾는 마음도 버려야 하겠지만요.
 그래도 경지에 오르지 않은 사람은 좋은 지기를 받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많은 곳을 돌아다니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게 제일 좋은 공부지요."
 
 '호 호...전 뭐 그런 거창한 뜻이 있어 그런 것은 아니고
 이왕이면 삶의 다양함을 체험하는 게 좋아서 그래요. 여행 삼아서...
 많은 사람들과 많은 경계에 직면하다보니 저의 모난 면들이 깎이더라구요.
 이젠 아무 곳에서나 자도 잠도 잘 오고,
 아무거나 먹어도 괜찮고...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게 되었어요.
 그저 주어지는데로 사는 것이지요.

 전에는 내 집이 아니면 잠을 제대로 못 이루었는데
 현재 제가 머무는 곳이 제 집이거니...현재 제 곁에 있는 사람들이 내 가족이려니 하고 살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 상황에서 내가 해야 할 공부는 뭔가를 늘 생각하지요.
 거창하게 도를 구한다거나 그런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그냥 이렇게 사는 게 좋아서 그럴 뿐입니다.
 더 늙으면 이 짓도 못하겠지요.^.^ "

 내가 떠난다니 그녀까지 마음이 싱숭생숭하는가 보았다.
  "이 세상에 도반같이 좋은 게 어디 있겠어요.
 서로 용기도 북둗아주고, 나태할 땐 충고도 해주면서 같이 가는 게 얼마나 좋아요?
 제가 나중에 절을 지으면 그 때는 조념염불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려 해요.
 조념염불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평상시 염불을 잘 했어도 임종시에는 무척 힘들거든요.
 그 때 도반이 곁에서 조념염불을 지극정성 해주면 왕생의 길이 더 순탄할 겁니다.
 그 때 저의 도량에서 머물고 싶으시면 얼마든지 환영할께요.
 단 조건은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꼭 해야 한다는 겁니다.ㅎㅎ
 제가 바다 속에 던진 업을 건져와서 설립을 하게 될 수 있어요.
 아직은 생각뿐이지만요."
 
 바다속에 던진 그녀의 업???
 그녀는 한 때 사업을 하여 번 돈을 자신의 업이라고 표현했다.
 그 많은 돈을 어디에 감춰두었냐고 물으면 웃으면서 "바닷속요" 라고 했다.
 
 "그런데 그렇게 치열하게 살았으면 사랑은 해보았습니까?"
 
 "안해봤을것 같아요? 제가 혈액형이 B형에요. 얼마나 감정이 섬세한데요.
 수행을 안했음 아마 황진희처럼 살았을지도 몰라요 호 호.
 제가 성당에 다닐 때 신부님 한 분이 저때문에 옷을 벗기도 했어요.
 당신 혼자 짝사랑한 것이니 제 책임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훗날 제가 삼천배 할 때 그 또한 제 업임을 알고 많이 울었어요.
 그 업으로 인해 삼천배 할 때 무척 힘들었답니다."
 
 "옷을 벗겼다구요? 난 옷을 입혔는데? "
 
 와 하 하 하...우리 둘은 배를 쥐고 웃었다.
 흠...거짓말이 아닌데...
 
 진정한 보살은 세속에 쩔은 남자를 세속을 벗어나게끔 인도한다는데???
 

 나무아미타불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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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화두를 든다는 착각을 하고 있지요 
2014.3.27

 내로라 하는 선승들 밑에서 선을 공부한 그녀가 자신은 선을 할 근기가 아니라며
 염불수행을 하고 있으니 그녀가 알고 있는 선이 무엇인지 참으로 궁금했다.
 
 그래서 우리는 염불에 대한 대화보다는 선에 대한 대화를 더 많이 했었다.
 오히려 선방에 머물때 보다,
 선수행자들과의 대화에서 보다 그녀와의 대화에서 선을 더 이해하게 되었다.
 
 "선을 하는 사람들은 망념이 일어날 때 '이 뭐꼬' 하고 얼른 화두를 챙긴다고 말합니다."
 
 "그게 바로 착각이지요.
 그건 화두를 드는 게 아닙니다.
 망념이 일어날 때 '이 뭐꼬'를 하는 것은 
 망념이 일어날 때 '관세음보살'이나 '나무아미타불'을 하는 것이나 다를 게 없지요.
 망념에 다른 언어를 대입하는 것일 뿐이지 않습니까.
 그건 그냥 마음을 다잡기 위한 방편이지 화두는 아닙니다.
 화두는 철저히 의정이 일어나야 하는데 솔직히 의정이 뭔지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사실은 저도 선방에 있을 때 그것이 참 갑갑했습니다.
 스님께선 참선 초보자들에게도 '의정이 일어나느냐' 고 질문을 하시는데
 전 도무지 이해가 안되었거든요.
 의정이 뭔지 저도 솔직히 모르겠더라구요.
 제 성격이 확고한 이해가 없이는 발을 들이지 않는 지라 머리가 아팠습니다.
 회의도 들었구요."
 
 "그게 작금의 불교계 문제라고 할 수 있지요."
 
 "어떤 선수행자에게 물었습니다.
 '참선이 무엇이냐' 구요.
 그는 '생각이 올라오는 것을 알아차리고 얼른 내려놓는 것' 이라 했습니다.
 사실 그것은 위빠사나 아닙니까."
 
 "그렇지요, 위빠사나의 수행법이지요.
 그래서 선을 지도하는 사람들도 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는 겁니다.
 자신을 지켜보는 것은 관수행법입니다.
 참으로 좋은 수행이지요. 자기자신을 늘 보고 있을 수 있다는 것도 대단한 경지입니다.
 하지만 선은 직지인심입니다.
 즉각 본래면목자리를 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업보중생이라 업의 작용으로 인해 그 자리를 보기가 힘듭니다."
 
 "그러면 왜 스님들은 우리에게 화두를 챙기라고 하시는 걸까요?"
 
 "비록 그것이 화두를 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라도 해서 망념을 줄이라고 하는 것이겠지요.
 또 그러다보면 그 중에 누군가는 진짜 화두를 드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겠지요."
 
 "그럼 선수행을 많이 한 선승들이 입적 때 방광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 분들이 제대로 화두를 들지 못했음에도 방광하지 않습니까."

 "그건 마음을 한데 모으는 수행을 오랫동안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꼭 선수행이 아니라 염불이나 주력수행등 기타 수행을 많이 한 사람들도 방광을 하지 않습니까.
 범부중생들은 망상이 많기 때문에 마음의 에너지가 분산이 되고 있지만
 수행자들은 마음의 에너지가 하나에 모이기 때문에 방광을 하는 것이라 봅니다.
 하지만 그가 방광을 하였다하여 도를 성취했다고 보는 것은 고려해보아야 합니다.
 부처님께서도 그 점을 경계하셨으니까요.
 그런 현상에 취하는 것이야말로 외도라 하셨습니다."
 
 "그럼 선을 할 수 있는 근기란 어떤 상태를 말함입니까?"

 "저는 청정심이라고 생각해요.
 근기란 어느만큼 그가 청정한가의 척도라고 전 말하고 싶어요.
 그래서 선이란 최고의 경지를 말함이니 그만큼 청정심이 되지 않은 사람은 할 수 없다고 봐요.
 안타깝게도 저도 아직은 선을 한 근기가 아닙니다.
 청정하지도 않은 수행자가 삼매니 선정이니 말하는 것은 신뢰할 것이 못됩니다.
 혼침의 상태를 착각하고 있는 것이거나 자신도 속이고 남도 속이는 행위이지요."
 
 "그런데 사람들은 왜 참선 참선하고 있는 걸까요?
 참선 수행자에게는 공양도 지극정성 올리고 있지 않습니까?
 선방 문고리만 잡아도 공덕이 엄청나다고 하지 않습니까."
 
 "겉보기에 선을 한다고 하면 멋져 보이잖아요. ㅎㅎ
 염불을 한다면 왠지 촌스러워보이구 구닥다리같고 하근기같고...ㅎㅎ
 사실 수행자들이 선을 제대로 할려면 걸식수행을 하여야 한다고 봅니다.
 모든 상이 떨어져나가야 하거든요.
 오죽하면 잠도 한 나무 밑에서 하루 이상 자면 안된다고 할까요.
 길들고 편안해지고 정이들고 이런 모든 것을 떠나야 한다는 것이죠.

 그 무엇에도 맛에도 잠자리에도 옷에도 집착하는 마음을 버려야 진짜 선의 경지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지금 불교계에서 하는 선은 겉멋만 잔뜩 부리고 있어요.
 너무 편안하게 수행들을 하고 있지요. 그건 수행이 아닙니다.
 대부분 앉아서 졸고 있든 망상에 빠져 있든 그래요.
 얼마나 의정을 일으키고 또 그 상태를 지속하고 있는지는 본인들이 점검해보아야 합니다.
 수행자는 좀더 자신에게 솔직해져야 합니다."
 
 "그렇군요...참 수행이란 게 하면 할 수록, 알면 알 수록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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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염불수행은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까
2014.3.27
 
 "염불수행은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까?"
 
 "능엄경에 나오는 이근원통법이 최고지요.
 처음엔 저도 경전을 읽을 때 묵독을 주로 했고 염불도 그리했어요.
 그런데 그건 좋은 수행법이 아니더라구요.
 망념이 너무 많이 일어나고 어느새 생각이 다른 곳으로 흘러가 버립니다.
 그래서 가장 원초적인 수행법이 가장 좋은 수행법임을 알았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묵송엔 문제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묵송을 하다보면 금방 염불을 놓치더라구요.
 그런데 전 소리내서 하면 몸이 많이 지치더라구요.
 에너지가 빠져나가서요."
 
 "그건 염불법이 바르지 않아서 그럽니다.
 질량불변의 법칙에 의해 나의 에너지는 일정하게 존재합니다.
 바르게 염불을 하면 빠져나간 에너지가 다시 들어옵니다."
 
 "ㅎ...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바른 염불법입니까?"
 
 "전 일정한 톤과 소리와 리듬을 갖추어야 한다고 봅니다.
 빠르게 하다 느리게 하다 높이 하다 낮게 하다 그렇게 하는 것은 몸을 상하게 합니다.
 처음엔 저도 잘못해서 기맥이 막히곤 했습니다. 상기도 되구요."
 
 그러면서 그녀는 대만에 계신 혜정스님의 염불법을 들려주었다.
 나무...아미...타...불...
 정확히 네번 끊어서 하는데 톤이 높지도 낮지도 않으며 일정하게 유지되었다.
 처음 대하는 염불법에 의아하기도 신기하기도 또 적응이 안되기도 했다.
 하지만 자꾸 듣고 하다보니 마음에 평정심을 준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혜정스님(http://cafe.daum.net/sunsujeongto/)의 염불테입에서 금빛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내 눈에는 도무지 보이지 않으니 원...^.^
 
 "그런데 참선이든 염불이든 치열하게 하다보면 어느 순간 십리 밖도 보이고
 부처님도 보이고 신장들도 보이고 영가들도 보이는가 본데 이건 뭡니까?
 본인도 그런 현상을 보고 있지 않습니까?"
 
 "대단한 것 아닙니다.
 실은 색.수.상.행.식에서 색의 경계를 못벗어났다는 증거지요.
 그 또한 마경이라고 하지 않슴까.
 다만 집착하지만 않으면 됩니다.
 그런데 이런 경지에 탁 걸려서 넘어지니까 문제지요.
 혹자는 대단한 경지인양 자랑하고 또 그런 사람을 추종하는 게 더 문제겠지요.
 그냥 염불만 열심히 하세요.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환해짐을 체험할 겁니다."
 
 "환해진다는 것은 어떤 상태를 말함인지요."
 
 "ㅎㅎ 뭐가 보인다는 게 아니라 그냥 알아지는 것입니다.
 세상의 이치,사물의 이치등이 그냥 알아집니다.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이 어느 경계에 떨어져있는지
 또 어떤 업에 의해서 그 사람이 그런 상태에 있게 되었는지 알게되며
 앞으로 어떤 상태에 떨어질지도 알게 되고 죽어서 어디로 떨어질지도 그냥 알게 됩니다.
 죽어라고 한 번 해보세요. 그러면 알고 싶은 것 다 알게 되요.
 물론 저도 아주 미세한 부분까지는 알지 못합니다.
 아직 그 경지는 아녜요. ㅎㅎ"

 
 그녀와 같이 법당에서 염불을 할 때
 난 그녀의 목소리와 자세가 한치도 흐트러짐이 없는 것을 보았다.
 염불을 하며 법당을 한시간 가량 도는데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난 간간히 비틀거리는데...ㅎ
 목소리 톤도 굵기도 모두 일정했다.
 저래서 염불삼매에 들 수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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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자성을 모르는데 어떻게 자성염불을 한다고 말합니까
2014.3.28
 
 미타행자 그녀에게 그동안 궁금하게 생각했던 자성염불에 대해 질문을 했다.

 "염불이 깊어지면 자성염불에 이른다고 말합니다.
 본인도 자성염불이 되고 있습니까?"
 
 "자성염불요? 아니 자성이 뭔지도 아직 모르는데 어떻게 자성염불을 합니까?"
 
 난 순간 멍해졌다...의외의 답변이었기 때문이다.

 "아니 염불이든 주력이든 치열하게 한 사람들은 어느 순간 몸의 어느 부분에선가
 나오는 염불이나 주력소리를 듣는다고 하던데요?
  주력으로 유명한 어느 보살의 수행기를 읽어보니 그럽디다.
 다라니가 몸의 어느 한 부분에 자리를 잡고 스스로 돌아갔으며
 자신은 그냥 지켜보기만 해도 됐다구요."
 
 "그건 굉장히 위험한 얘깁니다.
 저도 한 때는 가슴의 중앙 부분에서 염불소리가 났었어요.
 하지만 나중에 그곳의 기맥이 막힌 것을 알고 부황을 떠서 피를 많이 뽑아냈어요.
 몸의 이 곳 저 곳에 다라니나 염불소리가 자리잡는다는 것은
 그가 기운용을 잘못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봐요.
 그것을 자성염불이라고 말한다니 말도 안되는 소립니다.
 솔직히 우리는 아직 자성이 무엇이라고 확고하게 말할 급수가 아니에요.
 말로만 자성 자성하지 자성을 보기라도 했습니까?
 학문적 용어로 이해하면 안됩니다.
 다들 그럴싸한 말로 포장해서 얘기들을 하는데 참 안타까워요."
 
 "호오...그런가요.
 그런데 저도 가끔은 어디선가 들리는 염불소리를 듣곤 했어요.
 비구스님인데 아주 청아하게 염불을 하시더라구요.
 어디서 들리는 소리인가 아무리 주변을 둘러보아도 근원은 없는데
 제 귀에는 분명 들렸습니다.그래서 그런 현상이 자성염불인가 생각했거든요."
 
 "그건 보살님이 전생에 비구승였을 때의 그 모습을 보고 들은 것이지요.
 아뢰야식에 새겨진 전생의 식이 작동했다고 보는게 옳을 거에요."
 
 "전 꿈에서도 가끔은 염불이나 특히 다라니를 많이 하곤 했습니다.
 어떤 땐 전혀 해보지 않은 왕생정토주를 하기도 했어요.
 꿈에서 깨어나 인터넷 검색을 해보고는 그 다라니가 왕생정토주임을 알았지만요."
 
 "아마 보살님은 전생에 주력수행으로 한경지를 갔을 겁니다.
 앞으로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하다보면 그 때 어느 경지까지 갔었는지 스스로 알게 될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현상을 자성염불의 경지라고 볼 수는 없다고 봐요.
 그건 그냥 식에 깊게 새겨졌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솔직히 우리는 자성이 뭔지도 잘 모르지 않습니까.
 기도를 하다가 어떤 특이한 현상을 체험하게 되면 그것을 한 경지를 얻은 것인양 착각하면 안됩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수행자들은 수행 중에 특이한 현상을 경험하면 거기에 탁 걸리는 것 같습니다.
 그 신비감에 빠져서 이상해지기도 하구요."

 "그래서 염불을 할 때도 항상 소리를 내서 하라는 겁니다.
 소리를 내기 힘들 때는 입모양이라도 내야 합니다.
 그래야 몸 전체의 기운도 같이 움직이거든요.
 그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너무 빨리해도 기맥이 막힐 수 있어요.
 조금할 때는 모르지만 아주 많이 할 때는 반드시 장애가 옵니다."
 
 "보통은 망상이 들어올 틈을 주지 않기 위해서 빨리 하라고 하는데 그게 아니군요."
 
 "제 경험으로는 기맥이 막혀서 혼났습니다.
 대만의 혜정스님을 뵈었을 때
 '아, 이 염불법이야 말로 내가 찾던 염불법이구나' 했답니다.
 마음이 들뜨지도 않고 기맥이 막히지도 않는 아주 수승한 염불법이지요.
 나무아미타불을 관하면서 할 수 있는 최상의 염불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나도 혜정스님의 염불법을 따라하다보니
 굉장히 마음이 차분해짐을 느꼈다. 처음 대했을 떄는 너무 생소해서 이상하기만 하더니
 익숙해지니 전에 하던 염불법이 오히려 어색했다.
 특히 여섯자를 관하면서 할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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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가위눌리는 현상에 대하여
2014.3.29
 
 "전 지금은 아니지만 예전에는 가위에 많이 눌렸답니다.
 잠을 자기가 두려울 정도로요.
 늘 나를 죽이러 온 누군가가 내 방에 들어올까봐 방문을 잡고 늘어지다 깨고
 어떤 때는 그 존재가 제 목을 조르거나 제 목에 칼을 댈때 진언을 외고는 간신히 풀려나곤 했어요.
 아마도 제가 전생에 악업을 많이 지은 것 같아요."
 
 내 얘기를 듣던 그녀는 이제껏 누구에게도 들어보지 못한 말을 했다.
 
 "그렇다면 전생의 악연이 가까이에 있다는 증거에요."
 
 "오...그래요?"
 
 "예, 악업의 결과가 몇 생 후에 받아야 할 업인 경우는 그런 꿈을 꾸지 않습니다.
 그 악연이 지금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기에 그런 현상을 겪는 겁니다.
 내 옆에서 내 목을 조르고 있는 것이지요.
 겉으로 볼 떄는 좋은 사이일 수 있고, 사랑하는 연인이거나 부부이거나 자식일 수 있지만
 인과의 세계에서는 전생에 깊은 악연으로 맺어진 사람일 수 있는거죠.
 그래서 내게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줍니다."

 아, 하고 난 탄성을 질렀다.
 그 악연이 누구인지를 나라고 모르겠는가.
 내 인생이 심한 휘오리바람에 휘말렸을 때는 유독 그런 현상이 나타났으니까.
 가위에 눌린다는 것은 일단 운세가 하향세로 들어가는 것이라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있지만
 물론 몸이 허약해서 가위에 눌리기도 하겠지만
 그 허약함도 사실은 전생에 살생을 많이 한 연고이니 그 또한 악연의 장애라고 봐야할 것이다.
 하지만 가위에 눌린다면 가까이에 악연이 원수갚을 태세를 하고 있든 하고 있는 중이라고 보면 된다는 말은
 그녀에게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그럼 빙의는 왜 되는 걸까요?"
 
 "전생의 빚받으러 오는 거지요.
 그래서 늘 염불을 하면 그 존재도 좋은 세계로 인도할 수 있으니 장애가 해결됩니다.
 오래 염불을 하면 귀신의 장애를 스스로 알 수 있어요.
 왔구나 하는 것도 갔구나 하는 것도요.
 그리고 그들과 같이 염불하여 그들이 집착과 원한을 버리고 떠나는 것을 알 수 있답니다."
 
 "전에 어느 사찰에 머물 때의 일이었어요.
 굉장히 수행이 깊은 도반이었는데 한 밤중에 이상한 경계에 처한 것을 보게되었답니다.
 큰 방에서 여러명이 같이 잤는데요 갑자기 괴성을 지르는 겁니다.
 그건 사람의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짐승, 그것도 수컷이 울부짖는 소리였어요.

 우린 너무 무서워서 다들 머리가 쭈뼛 섰답니다.
 소름이 쫙 끼치더군요. 얼마후 그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코를 골며 자더군요.
 아침에 잠에서 깨어서도 그 도반은 전혀 기억하고 있지 못했습니다.
 솔직히 대단한 수행이력을 가진 사람이 왜 저럴까 실망스럽기도 슬프기도 했어요
 그 현상은 뭐였을까요?"
 
 "전생의 까르마가 작동했을 수도 있고 빙의 현상이라고 봐야겠지요.
 그 현상을 극복하는 방법은 지극한 참회기도 밖에 없습니다."
 
 "......"

 나무아미타불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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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사경보다는 염불이 수승합니다
 2014.3.30

 "그런데 나무아미타불을 염송하지 않고 사경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전 염불보다는 사경하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사경보다는 염불하는 게 더 수승합니다.
 사경이 산란한 마음을 집중하는 데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염불만큼의 공덕은 입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견해로는 그렇습니다.
 염불을 하게 되면 온몸의 기운도 같이 돌기 때문이며
 염불 할 때 나오는 파동에너지가 온 몸 세포 구석 구석까지 전달되기 때문이며
 주변에 있는 보이지 않는 존재들에게도 그 파동이 전달되기 때문에 많은 공덕을 입습니다."
 
 "예...현대물리학에서도 파동에너지의 효과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진언의 효과에 대해서도 긍정적 견해를 내놓고 있습니다.
 티벳에서는 절벽 위에 사원을 지을 때 수많은 스님들이 모며 진언을 외움으로써
 그 파동의 힘으로 무거운 돌을 들어올려 건축하는 비밀이 전해내려 오고 있답니다.
 피라미드도 그렇게 건축했다는 학설이 있습니다."
 
 "그럴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때의 진언은 진언으로 높은 경지에 간 수행승들에 의해 선택된
 진언을 하겠지요. 그래서 밀교라고 하잖아요.
 제 체험으로는 진언만큼 위험한 수행이 없다고 봐요.
 진언수행이야말로 스승없이 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합니다.
 진언을 잘못하면 때로는 귀신을 불러들이기도 하니까요.

 저도 한 때 옴마니반메훔을 죽자사자 했었는데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경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만두었지요. 많은 신묘한 체험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요.
 밀교수행은 밀교수행으로 한경지를 이룬 사람의 검증하에 해야한다고 전 주장합니다.
 남이 하니까 나도 따라한다는 식의 진언수행은 위험합니다."
 
 "그래서 염불수행이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예...염불수행법을 만나기 위해 전 천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물론 전생에도 염불수행을 한 적은 있겠지요. 하지만 제대로 하지를 않았지요.
 염불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으니까요.
 이생에도 호기심이 많아서 온갖 수행을 다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선택한 수행법입니다.
 이제는 흔들림없이 갈 수 있습니다."
 
 "칭명염불에도 여러부처님의 명호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왜 아미타불입니까"
 
 "아미타부처님이 법장비구로 계실 때의 원력 때문이지요.
 아미타부처님의 48원을 능가할 수 있는 대원이 있습니까?
 아미타란 명호에는 48원의 힘이 다 들어있고
 아미타란 세글자는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법장비구의 서원과 공덕으로 만들어진 글자입니다.

 그래서 아미타란 명호를 부르는 것만으로도 공덕을 입게 되는 것입니다.
 아미타란 명호에서 나오는 파동에너지의 힘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건 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어요.
 나무아미타불 염불 수행을 하면서 많은 장애가 사라졌어요.
 그래서 자신있게 권하는 겁니다."
 
 "그런데 테이프를 틀어놓고 염불을 듣는 것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큰 공덕은 없습니다.염불 할 수 있는 종자는 심어지겠지만요.
 어떤 수행이든 수행은 철저히 스스로 힘들여 해야 공덕이 있습니다.
 온 몸을 부딛쳐서 수행하지 않으면 도를 얻기 힘들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하다보면 얼마나 많은 존재들이 찾아오는지 몰라요.

 뱀도 있고,곤충들도 있고...그런데 그들이 염불소리를 듣고 아주 평온한 표정으로
 때로는 금빛 몸으로 떠나는 것을 보면 얼마나 환희로운데요.
 일체중생이...온 법계가 같이 염불한다는 것을 알게 될거에요.
 아미타불 염불은 쉽게 만날 수 있는 법이 아닙니다.
 그만큼 선근이 있어야 한답니다."
 
 "그럼 아미타불 염불을 하면 천도재같은 것은 안해도 되는 겁니까?"

 "꾸준히 열심히만 하면 그렇지요.
 꾸준히 하다보면 인연 있는 영가들이 환희로운 모습으로 떠나는 것을 보게 될 겁니다.
 얽혀있는 주변도 서서히 정리가 됨을 느끼게 될 겁니다.
 그것이 아미타부처님의 원력의 힘입니다."
 
 나무아미타불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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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공양올리는 수행을 해보려했으나 
2014.3.31
 
  그녀가 말했다.
 "저는 한때 공양올리는 것으로 수행을 해보려 했던 적이 있어요."

 "공양을 올리는 것도 수행이라고요?"

 "그럼요. 대단한 수행이지요.
 공양을 올리는 자의 마음도 청정해야 하고,
 공양물도 청정해야 하고,
 공양을 받는 자의 마음도 청정해야하지요.
 세가지가 다 청정해야 공양올리는 것이 완성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공양은 공양의 완성은 아니겠군요.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으로 공양을 올리니까요."
 
 "그렇지요...
 제가 어느 암자에 머물때 였습니다.
 그곳 주지스님이 법당에 작은 종불사를 하고 싶다고 하시는거에요.
 스님은 삼백만원이면 될 것 같다고 하셨어요.
 오죽하면 저에게 말씀하시나 싶었어요.
 수중에 돈은 없고해서 궁리를 했지요.
 조금 경제적여유가 있는 아는 스님께 전화를 드렸지요.

 '스님 제가 이러저러해서 돈 삼백만원이 필요하니 통장으로 입금해주십사' 하고요.
 그대신 제가 일년 동안 그 절에 가서 공양주살이를 해드리겠다고 했지요.
 스님은 좋다고 하시며 얼른 부쳐주시데요.
 삼백만원을 종불사에 쓰시라고 드리고 저는 약속대로 공양주살이 하러 갔었어요."
 
 "맙소사...심청이가 공양미 삼백석에 팔려갔듯이요?
 그래서 정말 일년 동안 공양주살이로 삼백만원을 갚았습니까?"
 
 "일년은 아니고 십개월을 했어요.
 그런데 저는 정말 지극한 신심으로 불사금을 드린 것인데
 후에 알게된 사실은 그 스님은 다른 보살들에게도 그런식으로 여러 차례 돈을 받았음을 알았어요.
 매우 화도 나고 실망도했지요.
 그때 깨달은 것은 이 사바세계에선 청정한 공양의 완성은 있을 수 없겠구나 였습니다.
 욕계의 세계에선 뭐든지 완성은 할 수가 없음을 알았어요.
 수행의 완성도요...

 그래서 더 극락에 나기를 원을 세우게 되었고,
 일단 극락에 왕생한다음에 그곳에서 청정한 수행을 마무리지어 성불해야겠다구요.
 성불한 후에는 다시 사바세계에 와서 보살행을 해야지요.
 말이 보살행 보살행 하는데 그게 어디 쉬운가요?
 진정한 보살행은 깨달음을 이룬 다음에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나'라는 상이 많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는 청정한 보살행을 할 수가 없어요."
 
 "그렇지요...청정한 보살행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그냥 주변 사람과 더불어 잘 살아보려고 노력을 할 뿐이지요.
 다만 보살행의 씨앗을 뿌리는 수준이라고 봐야겠지요."
 
 "그러니 수한보살님 우리 꼭 극락에서 만납시다.
 나무아미타불 염불수행을 죽는 날까지 놓치지 마세요.
 그럼 왕생할 수 있을 겁니다."
 
 고개를 끄덕끄덕이기는 했지만 솔직히 난 그녀처럼 수행할 자신은 없다.
 결정코 극락에 나겠다는 간절한 원도 아직은 미흡하다.
 그녀처럼 청정한 수행자의 길을 가기에는 아직 소멸해야 할 업이 너무나 많다.
 그래서 그녀가 부러웠고 존경스러웠다.

 어쩌면 저렇게 계율을 철저히 지키면서 청정한 마음으로 수행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내 손을 잡는 그녀의 손은 나무껍질같았다.
 얼마나 일을 심하게 했으면...
 무엇이 부럽고 무엇이 아쉬워 곱상한 여인네의 몸으로 저렇게 살기를 좋아할까.
 
 "전 태를 받아 태어나는 고통을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져요.
 이 생으로 끝마치려고요. 수행중에 수많은 전생을 보았는데 생각만해도 몸서리쳐져요.
 이제 가장 수승한 염불법문을 만났으니 이 문으로 계속 가려구요."
 
 그러시구려...그러시구려...꼭 극락왕생하시구려.
 님이 극락왕생하지 않으면 누가 극락왕생할 수 있을손가.
 
 어쩌면 그녀는 내 인생에 만났던 사람중에 가장 수승한 인간이었을 것이다.
 앞으로 또 그런 수행자를 만날 수 있을까 싶다.
 한점의 의심도 없이 부처님의 세계를 믿고 행을 하는 수행자.
 
 공부도 치열하게 했고,
 일도 치열하게 했고,
 돈도 치열하게 벌었고,
 봉사도 치열하게 했고,
 수행도 치열하게 한 여자...
 난 그녀를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인연이 있으면 언젠가 또 만나겠지만 그 인연줄에 얶매이는 여자가 아니니 나 또한 연연하지는 않으리라.
 그녀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에서 마무리를 지어야겠다.
 후에 또 만난다면 그때 또 다시...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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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대부분 혼침을 삼매로 알고 있습니다
2014.04.01
 
 미타행자 그녀와 나의 인연이 지중했음인가,
 어제부로 그녀의 이야기를 마치려했으나 오늘 아침 수행 중 궁금한 현상이 있어
 그녀에게 전화를 하여 물어보게 되었다.
 
 "이러저러한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것은 무엇입니까?"
 
 "혼침입니다..."

 "호...그럼 혼침중에도 전생이 보이고 빛이 보이기도 하고 그런 겁니까?"
 
 "예...대부분 수행 중에 보이는 현상은 혼침 중에 일어나는 현상이지 삼매가 아닙니다.
 저도 앉아서 십리 밖 백리 밖도 보았어요.
 때로는 제모습도 보았고 미세한 박테리아까지도 보였어요.
 사람의 몸을 보면 뼈속까지 보여서 어디에 병이 있는지 그 병이 언제 어떻게 될지까지 다 알았습니다.
 누군가는 자신이 기도하는데 제가 그 사람 앞에 앉아있었다며
 혹시 유체이탈한 것 아니냐고 전화를 해왔습니다.

 하지만 그건 유체이탈도 아니고 바람직한 경계가 아닙니다.
 선방에 앉아 있다보면 대부분 혼침에 빠져서 헤매는 것을 보게 됩니다.
 전 그가 혼침 중에 어떤 현상에 취해있는 지 알 수도 있었어요.
 하지만 대부분 스님들은 제자가 혼침에 빠져 있어도 모르던지
 설사 알아도 어떻게 인도해줄지 몰랐습니다.
 그게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제가 영가가 보인다고 하면 스님들은 '신기가 있어서 보이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하지만 전 그렇게 말하는 스님도 영가를 보고있는게 보였습니다.
 스님들은 자신의 경계는 그럴싸하게 포장해서 말하고 속이곤 했지요.
 자신의 경계는 도력이고 우리의 경계는 마장이고 신기라고 폄하해서 말하더군요.
 저도 제가 빙의가 된 게 아닌가 많이 의심하고 힘들어했습니다.
 하지만 제 스스로 답을 알아갔습니다.

 그런 경계는 제가 무언가 바라는 게 있을 때 일어난다는 것을요.
 소원성취라든가,어떤 경계를 체험하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을때요.
 염불수행을 하면서 많은 답을 얻었습니다.
 건방진 말인진 몰라도 솔직히 아직 전 이 땅에서 저를 인도해줄 스승은 못 만났습니다.
 기도 중에 한 분이 계신다는 것은 알게 되었지만 아직 인연이 아닌지 만나지 못했어요."

 "그럼 대부분의 수행자가 삼매에 들어서 무언가를 보았느니 하는 게 삼매가 아니란 겁니까?"

 "혼침에 들어도 어떤 경계가 쫙 펼쳐집니다. 그걸 삼매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혼침 중에 일어나는 현상은 70%가 귀신의 장난입니다.
 거기에 속으면 안 됩니다.
 수행 중 무언가 보았다고 해도 그것은 생사해탈에 아무 도움도 안 됩니다.
 그런다고 인생이 바뀌는 것도 현실적인 어떤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지요."

 "어떤 사람은 참선을 하다가 자성불을 보았다고 했습니다.
 연꽃 위에 앉아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구요. 그것도 마경입니까?"
 
 "ㅎㅎ 예,마경입니다. 아니면 집착으로 인해서 오감을 통하여 환(幻)이 보인거지요.
 다들 그런 경지가 대단한 줄 알고 자랑하고 부러워하고 그러는 것이 안타까와요.
 그냥 수행 중 일어나는 현상일 뿐인데요."

 "누군가는 명상 중에 빛을 보거나 백회가 열리는 체험도 했다 합니다."

 "별거 아녜요. 혼침 중에 보는 겁니다.그건 백회가 열리는 게 아닙니다.
 요즘 인터넷에 떠도는 쓰잘데 없는 말들에 취해서 사람들이 다들 이상한 곳으로 가는 것 같아요.
 전 사람들이 제게 그런 현상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그 사람의 행동거지를 봅니다.
 전 그사람의 미세한 마음작용을 느낄 수 있거든요.
 그걸로 그 사람의 경지를 알 수 있어요.

 다들 혼침 상태를 삼매로 착각하고 말하더군요.
 변덕이 죽끓듯 하고,화도 잘 내고 탐욕을 부리고 여자라는 생각,남자라는 생각을 못 벗어나고
 입고 싶은 것,먹고 싶은 것,갖고 싶은 것, 이런 저런 두려움, 근심 걱정...
 그런 것을 벗어나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삼매에 듭니까 택도 없습니다.
 삼매는 업이 떨어져 나가지 않고는 못듭니다."

 "그럼 본인은 삼매에 듭니까?"

 "저도 아직은 아닙니다. 들었다해도 거친 삼매일뿐이지요.
 해인삼매의 경지는 어림도 없지요."

 "그럼 삼매의 경지는 어떤 겁니까?"
 
 "글쎄요...말로 딱히 하기는 힘드네요.태풍의 눈 같은 고요한 상태라 할까요.
  굳이 표현하자면 삼매가 공의 상태라고 말할 순 있겠네요."

 "그런데 요즘 잠자리에 누워서도 염불을 하는데 괜찮습니까?"

 "괜찮지만 그때는 묵송을 하여야 합니다.
 누운상태에서 소리를 내어 염불을 하면 기 순환에 혼란이 옵니다."

 "예...그렇군요.
 그런데 철야기도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하지마세요. 혼침에 빠져 마경에 떨어질 확률이 높아요.
 기도는 욕심내지 말고 낮에 하세요. 깊은 밤에는 안 하는 게 좋아요.
 일할 땐 일 하고 잠 잘땐 잠 자고 염불할 땐 염불하고 그러면 돼요.
 저는 하루종일 기도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봐요.
 일을 하면서 하는 게 더 좋아요.
 하루 종일 앉아 있는다고 도를 얻지는 못해요.
 이상한 경계에 빠질 위험이 커요.
 백장청규가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행주좌와 어묵동정의 경지에 이르렀습니까?"
 
 "아유...어림없어요. 그 경지가 얼마나 대단한 경지인데 제가 거기에 이릅니까.
 잠시 그런 상태에 이른다해도 그게 얼마만큼 지속이 되겠습니까?
 업이 덕지 덕지 묻어 있는 이 몸으로는 힘들어요."

 "그런데 삼천배를 삼년씩이나 했다면서 그땐 어땠습니까?"

 "ㅎ...솔직히 전 삼천배하는 것 보다 염불하는 게 더 힘들어요.
 염불이 절 보다 더 수승하고 어려운 수행입니다.
 몸을 조복 받고 하심하는 데는 절이 좋지만요."

 "염불이 삼천배보다 어렵다구요? "

 "그럼요...보통사람들이 중얼중얼 하는 것은 염불이 아녜요.
 그건 염불도 아니고 수행도 아니고 뭣도 아녜요.
 제대로 염불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데요.
 무언가 바라는 것도 없이 해야 해요.
 오로지 내 마음을 청정하게 하고 부처님께 지극하게 귀의하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노는 입에 염불하라 하지만 그건 염불에 대한 모독입니다."

 아 어렵다 어려워...
 그녀와 대화를 하다보면 이제까지의 나는 염불을 한 것도 수행을 한 것도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다.
 부처님께 공양 올린 것도 보시한 것도 불사한 것도 아무 것도 없다.
 다 내가 무언가 바라는 마음으로 했으니까.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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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우리 탁발 나갈까요?
2014.04.10

 이제는 벌써  추억이 되어버린 미타행자 그녀,
 그곳에서 그녀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그리워지곤 하는데...

 오늘은 문득 그녀가 했던 말이 생각나서 혼자 웃었다.

 "보살님 우리 저자거리로 탁발 나갈까요?"

 "으잉??? 탁발이라고라? "

 호.호.호...

 경기가 않좋아서든 불교계의 침체로 인해서든 요즘 어느 사찰이나 힘들기는 마찬가지인데
 그곳이라고 예외일리는 없었다.
 지난 겨울엔 눈까지 너무 많이 내려서 인적이 끊긴 상태였었다.
 그녀는 나름 절 운영 문제가 신경이 쓰였었나 보다.
 '이달엔 월급을 안받아야 되나 어쩌나' 고민하는 모습이더니
 어느 날 갑자기 탁발하러 가자는 제의를 해온 것이다.
 내가 얼마나 당혹스럽고 우스웠겠는가.

 "호 호 호...그래 그럴까?
 대신 목탁은 자기가 치고 깡통은 내가 들께 호 호 호..."

 그녀는 일년 동안 행자생활을 했던 경력이 있는지라 목탁을 기가막히게 잘쳤응께.
 나는 농담을 하며 배를 쥐고 웃었는데 그녀는 전혀 농담이 아닌 얼굴이었다.
 
 "이 상태로 가면 초파일이 되어도 얼마나 등이 달릴지 모르겠어요.
 초파일 전에 한 번 나가면 좋을 것 같은데...등 많이 달라고 권선하면서리..."

 "그래 그래보지 뭐...초파일 경기가 너무 않좋을 조심이면 그때 한 번 나가보자구."

 웃으면서 대답했지만 나도 농담만은 아니었다.
 그녀와 함께라면 탁발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그녀라면 시내 한복판에서 하루종일 절을 하면서 시주금을 걷을 수도 있을 터였다.
 하지만 나는 눈이 녹기 시작했을 때 그 곳을 떠나왔으니 그녀와의 탁발수행은 해보지 못하게 되었다.
 솔직히 좀 아쉽다....ㅎㅎ
 
 이제껏 만난 사람들 중에서 가장 별스럽고 대단한 그녀였으니...
 그녀는 밥을 먹을 때도 꼭 탁발해서 먹는 것 처럼 먹었었다.
 대접에다가 밥과 국 반찬을 모두 섞어서 퍼먹었다.
 처음엔 왜 밥을 그리 품위없이 먹느냐고 한 마디 했었는데
 그래도 그녀는 늘 그렇게 먹었으며 시간이 흐르면서 그녀가 일부러 그렇게 먹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먹는 것도 그녀에겐 철저히 수행이었다.
 짜니 싱거우니 어쩌니 하는 말을 하는 적이 없었다.
 그저 묵묵히 간단하게 식사를 하곤 했다.

 내가 꼭 청학동에서 내려 온 사람같다고 놀리면 굉장히 좋아하였다.
 마치 그 모습이 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는 양...
 늘 회색 법복에 생머리 질끈 동여매고 화장도 전혀 안하고
 전혀 안하는 정도가 아니라 스킨 조차 바르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어느 스님은,
 "어느 산에서 지게 지다가 내려왔냐" 고 물으셨다 한다.
 또 어느 스님은 한글도 모르는 판무식쟁이로 아셨다가
 어느 기회에 그녀가 영어를 쓰는 것을 보고 뒤로 넘어지셨다나??? 
 이런 저런 이야기 꽃을 피우면서 즐겁게 웃곤 했었는데...
 이젠 그 시간이 추억이 되었버렸다는 생각을 하니 모든 것이 무상하게만 느껴진다.

 그저 현재를 사는 것...
 삶이란 그런 것인가 보다.
 지금 이 순간만이 있을 뿐인가 보다...
 
 그래도 가끔씩 그리워할 추억마저 없으면 삶이 얼마나 건조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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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꿈속에서 염불하기를 권하다 
2014.04.26

  오랫만에 신묘한 꿈을 꾸었다.
  기도를 열심히 할 때는 신묘한 꿈들을 꾸지만 최근 몇 년 간은 기도보다는 공부를 했기 때문인지
  신묘한 꿈은 별로 꾸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다 요즘 마음 먹고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해서 그런가,

  오늘 새벽 꿈이다.

  어느 여인이 나를 찾아와서 하소연을 하는 것이다.
  '보살님 저의 집에 자꾸 귀신이 나타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여인의 얼굴엔 탁기가 가득 서려있었다.
  나는 갑작스런 질문에 황당하기도 하고 뭐라고 답변해주어야 할 지 막막했다.
  그 때 누군가가 옆에서 한 마디 거들었다.

  '나무아미타불 염불하라고 하면 되잖아,'
  그래서 나는 그 여인에게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하세요' 했지만 
  왠지 내 말에 힘이 없는 것이 느껴졌다.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그녀의 상태가 어떤 것인지 확연히 알 수 없으면서 무조건 염불만 권한다고 될 일인가 싶었다.
  그때 꿈속인데도 난 미타행자 그녀를 찾았다.

  그녀에게 물으면 답을 말해 줄 것 같아서였다.
  그녀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볼 줄 아는 사람이니 
  확실하게 상황 판단을 하여 처방을 내려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그녀가 없었다.
  그러는 중에도 그 여인은 떠나지 않고 내 옆에 앉아 내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 어쩌란 말인가.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왜 난 힘있게 권하지 못하는가.
  과연 나무아미타불 염불만 한다고 그 여인네 집의 문제가 풀릴까.
  그러다 내가 생각해 낸 것은,
  나무아미타불 염불에 곁들여 아미타경을 매일 1독씩 21일간 하면 될 것이라는...

  아미타경을 읽어 귀신들을 정토로 인도해주면 좋을 것 같다는...
  그러면 왠지 힘이 붙을 것 같았으며 그 여인네 집에 더 이상 귀신이 나타나지 않을 것 같은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앞으론 누구에게나 그렇게 처방을 내려 주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여인에게 그렇게 해보라고 하고는 꿈에서 깨어났다.
  
  너무도 선명한 꿈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사념에 잠겼었다.
  내가 염불을 자신있게 권하지 못했다는 것은 아직 내게 염불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탓일 것이다.
  그러기에 당황하고 안절부절 못했으며 힘있는 미타행자를 찾았던 것이다.

  부처님이 내 공부를 점검하기 위해 여인의 몸으로 나투신 것이 아닐런지...
  내 공부가 아직 많이 시원찮은 것이다.
  치열하게 정진을 하여야 하는데...
  왜 전처럼 힘이 붙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다.
  번뇌가 많은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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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염불하는 중에 찾아오는 영혼들
2014.4.26

  미타행자 그녀는 염불하는 중에 많은 영혼들이 찾아 온다고 하였다.
  그녀가 있는 사찰은 6.25 전쟁 격전지였던 곳인지라 젊은 나이에 죽은 병사들의 혼이 서려 있는 곳이다.

  지박령이 되어 그 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한 맺힌 영혼들이 그녀에게 하소연을 한단다.
  어느 병사는 너무 억울하게 죽었다고 하면서 자신이 죽던 장면을 보여주는데
  영화 스크린처럼 그 장면이 그녀의 눈 앞에 펼쳐젔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그 병사에게 인과법을 설하고는 나무아미타불 염불하기를 간곡하게 권했고
  그 때부터 새벽기도 시간이면 그 병사가 법당에 나타나서 같이 염불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몇 달 후에 병사는 손을 흔들며 떠났다고 한다.
  그런 예가 부지기수 였다.
  때로는 산에서 죽은 동물들까지 법당에 나타나서 염불하는 것을 듣고는 했다 한다.

  나는 그녀에게 질문했다.
  '그럼 모든 영혼들을 다 볼 수 있느냐'고
  그녀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렇게 찾아오는 영혼 또한 인연이 있기 때문이라고...

  그렇게 죽은 영혼이 보이면 무섭지 않냐고 했더니,
  그녀는 전혀 아무렇지도 않다고 했다.
  살아있는 자와 죽은 자의 차이는 몸이 있고 없고의 차이일 뿐인데 뭐가 무섭냐고...
  
  우리는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해서는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게 일반적인데.
  그녀는 산 자와 죽은 자를 평등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무섭지 않다고 했다.
  그렇게 떠도는 영혼들을 제도하는 것을 낙으로 삼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산 자에게도 죽은 자에게도 나무아미타불 여섯자를 전하는 것을 사명인양 생각하는 듯 했다.
  일체중생이 극락에 나기를 간곡히 원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었다.

  그녀와 도량을 걷다보면 참 재미있었다.

  "저 일주문 앞에 지금 횐빛이 나는 신장님이 서 계시네요.
  그 옆에 계시는 신장님은 금빛 몸이구요."

  그러면 나는 그 앞에서 얼른 합장을 하면서
  "신장님 안녕하세요. 저 잘 좀 봐 주세요. 제 소원이 뭔지 아시죠?" 하며 장난기를 부리기도 했다.
  도무지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 세계이니 어쩌랴...

  완전히 혼자 만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 그녀,
  쉽게 남들이 이해하기 힘든 세계에서 살고 있으니 나름대로 고충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그녀는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늘 행복해 했다.
  염불하는 낙으로...

  정토는 빨리 돌아가고 싶은 고향이나 이제는 빨리 가고 싶다는 마음도 놓았다고 했다.
  이 생에서 업갚음을 다 하고 가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그녀는 업으로 오는 장애는 전혀 두렵지 않다고 했다.
  설사 업으로 인해 귀머거리, 장님이 된다 해도 그녀는 미동도 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업을 닦아서 극락에 갈 수만 있다면 그녀에게 두려움은 없었다.

  그녀의 그런 신심 하나는 정말 너무나 부러웠다.
  하지만 난 아직도 업의 장애는 두렵고 피하고 싶다.
  어느 생에나 그녀와 같은 근기를 갖출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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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축생도 염불을 하나요? 
2015.04.29

 ㅡ 수 한
 
 미타행자 그녀가 있던 절에서 머물때 였다.
 
 아침 공양시간에 그녀가 내게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걸어 왔다.
 "수한 보살님, 오늘 새벽기도를 하는데요.
 하얀 산토끼 한마리가 법당 탁자 위에 누워 있는거에요.
 이상하다 생각하며 산토끼를 위해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해주었더니
 이내 아주 평온한 얼굴이 되어갔어요."
 
 "뭣이라구라?
  산토끼 영가님이 오셨다구라?  호호..."
 
 그렇게 가볍게 받아 넘겼는데,
 그날 정오시간 쯤 되어서 제설작업을 하던 거사님이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게 아닌가.
 
 "제설작업을 하는데 눈 속에 얼어죽은 산토끼 한마리를 발견했어요.
 어제 밤에 눈이 너무 많이 와서 도망가지도 못하고 죽었나 봅니다.
 대충 땅 파서 묻어 주고 왔어요."
 
 난 팔에 소름이 돋는 느낌이었다.
 잽싸게 그녀에게 달려가서 사건을 알려주고 질문을 하였다.
 
 "축생들도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좋아하는가?
 그리고 그들도 염불을 할까?"
 
 "당연하지요 보살님.
 어떤 때는 날개가 반쪽 밖에 없는 나방도 제가 염불할 때 찾아와서 염불소리를 듣곤 해요.
 뱀도 있고...그들도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한답니다."
 
 호오라...영적인 그녀의 말을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나의 경험으로도 꿈 속에서 축생들이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하는 것은 본 적이 있지만...
 한창 조상천도 기도를 할 때인데,
 자는데 내 방 앞에 새 한마리가 찾아와서 구슬프게 울었다.
 새는 이윽고 나무아미타불을 외면서 꺼이꺼이 울었다.
 꼭 산 사람처럼 울었다.
 꿈이니 나는 그냥 상징으로 받아들였었다.
 
 하지만 그녀는 심안이 열리고 영안이 열린 사람인지라,
 보통사람은 볼 수 없는 세계를 보는 여자이니...
 
 그녀는 잠시 스승으로 모시려 했던 스님께서 
 '축생이 무슨 염불을 하냐' 고 하시는 바람에 발길을 돌렸다고 했다.
 
 "그 말씀을 들었을 때 힘이 쫘악 빠지는 느낌이었어요.
 기운이 하나도 없더라구요.
 그 분의 강설은 단지 교학일 뿐이라고 단정지었어요."
 
 그녀의 그 마음이 요즘 내게도 있다.
 새로운 선지식을 발견했다고 좋아서 열심히 강의를 들었던 어느 분의 말씀 중에
 "축생에겐 마음이 없습니다. 오직 인간에게만 있습니다."
 
 순간 나도 힘이 쫘악 빠졌다.
 아니 삼라만상이 모두 마음으로 지어진 것인데 어찌 축생이라고 마음이 없다 하시는가.
 나무들도 마음이 있어 목이 마르면 물.물.물 찾기에 여름에는 비가 많이 온다는데,
 단순한 자연의 섭리가 아니라 나무들이 스스로 우주의 수기(水氣)를 불러들인다고 하지 않는가.
 사막의 물주머니 개미는 수억년 동안의 진화과정을 거쳐 배에 물주머니를 달고 태어나게 되었다는데
 어느 학자의 말이 그것은 개미들의 집단 무의식이 뜨거운 사막에서 물을 찾는 마음이
 물주머니를 창조했다고 발표를 했다.
 
 그래서 모든 생명은 창조의 주체이며 결과물이다.
 그런데 어찌 인간만이 위대하다고 하는 것인지...
 
 오...진정한 선지식은 없는 것인가.
 물론 고차원적인 깨달음을 추구하는 마음은 축생에게 없을 수 있다.
 아니 이것도 틀린 말일 것이다.
 축생중에도 수행자가 있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 실례들이 많지는 않지만 있긴 하니까.
 
 작금의 선지식이라고 하는 분들이 너무 교학에만 밝은 게 아닌지...
 심안이 열려서 법계를 보는 사람의 말처럼 가슴에 와 닿지 않으니...ㅠㅠ
 어쩌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말하면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이나 하고...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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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어떤 사람이 화주를 하여야 할까
2015.05.02 14:25 

          ㅡ 수 한

 오랫만에 미타행자 그녀에게 전화를 했더니
 청소보살에서 이젠 법당소임을 맡게 되었다고 했다.
 
 "축하해. 진급했구먼?"
 
 그러자 그녀는 한숨을 쉬면서 설레 설레 한다.
 
 "보살님 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
 전 청소보살이 더 좋습니다.
 갑자기 법당보살이 그만두는 바람에 제가 임시로 하게 되었는데
 벌써 몇 달째 사람이 구해지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하고 있슴다.
 화주까지 해야 하는데 이게 보통 업 짓는 소임입니까.
 그래서 저는 스님에게 화주는 못하니 그냥 오는 사람 반갑게만 맞이 하겠습니다 했어요."
 
 "솔직히 자기처럼 법당보살로 적합한 사람이 어디 있어?
  교학도 탄탄하겠다. 수행력과 법력도 있겠다..."
 
 "아이고...보살님 제가 무슨 법력이 있습니까. 중생에겐 법력같은 건 없습니다."
 
 그녀의 말 뜻이 무엇인지는 안다.
 중생심에서는 참다운 법력이란 나올 수 없다는 것을...
 법력은 참나의 자리에서 나오는 것이니...
 
 그녀의 말이 이어졌다.
 "솔직히 신도들에게 축원카드 많이 받는 거 좋은 일 아닙니다.
 그거 다 빚지는 겁니다.
 그래서 화주 잘못하면 지옥행이라고 하지 않슴까.
 법당보살을 하고 있으니 별별 사람들이 다 매달립니다.
 어떻게 소원성취가 안 될까 하고요.
 그럴 때 마다 바른 법으로 인도하느냐고 진땀이네요.

 보이는 것을 그대로 말해 주었다가는 저를 교주처럼 따르려 할 테고...ㅠㅠ
 전에 있던 화주보살님은 신도들에게 옷도 얻어 입고 했다는데 
 그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그 보살님이 몰라서 그랬겠지요.
 아울러 스님들도 신도들에게 공양받는 거 무서운 일인지 아셔야 하는데...
 그게 다 빚입니다. 빚...
 잘못하면 이생에 빚만 잔뜩 지고 가는 겁니다."
 
 그렇겠지 빚만 지고 가는 것이겠지.
 중생의 간절한 염원이 담긴 공양물을 어찌 두려워 하지 않으랴.
 백일기도니 천일기도니 입재한 신도들이 어떤 마음으로 기도를 부쳤겠는가.
 때로는 처절한 심정으로, 
 떄로는 벼랑끝에 몰린 심정으로,
 때로는 속이 타들어가는 심정으로...

 나름대로의 수많은 사연과 염원과 한이 서려 있다고 보아야 겠다.
 그 염원이 담긴 축원카드를 아무 생각없이 
 그저 주소와 이름 석자 읽어주는 식으로 축워카드를 읽어서야 무슨 효험이 있겠는가.
 그런데도 그 축원에 목이 마른 중생의 애처로움이란...
 
 그래서 화주를 겸한 법당보살은 아무나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일체중생을 위한 기도를 하는 사람이 아니면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저 호구지책으로 또는 생각없이 하고 있다면 신중히 자신을 돌아보아야 할 일이다.
 
 내가 아는 서울 큰 사찰의 화주보살님은 화주로서의 자격을 갖추신 분이었다.
 물론 직업이 아닌 봉사로서 하시고 있지만...
 그분은 화주 역할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부처님 법으로 인도하는 사람이다.
 보살님은 화주노트를 늘 가방에 넣어 갖고 다니시는데
 차를 타고 갈 때는 화주노트를 무릎에 놓고 거기에 적힌 사람들을 위해 기도를 하신다.

 하루의 일을 끝낼 때는 그 날 시주를 한 사람들의 명단을 읽고 
 그 분들을 위해 금강경을 읽어 주신다.
 그래서 그런지 그 분은 화주역할을 참으로 잘하고 계셨다.
 한 마디로 척 척 붙는다.
 이런 사람들이 화주의 자격을 갖추었다 할 것이다.
 중생을 위한 마음이 열린 대보살들이 해야 하는 막중한 소임이다.
 
 내게도 법당보살 소임을 맡아달라는 청이 여러 번 있었지만 거절하였다.
 아직 내가 그럴 만한 그릇이 안되었으므로...
 말로야 중생을 위한 기도를 한다고 하지만 진짜 그런가?
 아직은 사사로운 마음이 많이 도사리고 있으니 청을 받아들이기가 조심스럽다.
 
 미타행자 그녀야 말로 법을 아는 사람이니 염려하는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한 일.
 하지만 그 기회는 부처님이 그녀에게 주신 선물이며 숙제라고 생각 한다.
 이제 공부가 익었으니 중생에게 그 공부를 회향하라고 하심이 아닐런지.
 그녀의 뛰어난 수행력은 인정하지만 보살행의 부분에서는 소극적이라 아쉬움이 있었는데
 부처님이 그 것을 아시고 그녀에게 보살행의 길을 열어주심이다.
 보다 한 차원 더 공부시키기 위함이 아니시겠는가.
 
 진흙밭에 들어가지 않고 어찌 연꽃을 딸 수 있으랴 !!!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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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3년 결사 중이에요                                                       

 2016.03.01 20:41

아침 일찍 전화벨이 울린다.

 모니터를 보니 미타행자 그녀가 아닌가.

 "어...왠일야? 전화를 다 하고?"

 실로 오랜만의 전화였다.

 늘 치열하게 정진을 하는 그녀인지라 누군가에게 전화를 잘 하지도 않으며

 나 또한 방해할까봐 전화를 하지 않았기에

 오랜만에 걸려온 그녀의 전화가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오늘 아침 갑자기 보살님 생각이 났어요."


 "어구...그래도 잊지 않고 기억해 주니 반갑구랴."


 "잊다니요? 우리가 함께 한 시간이 얼마인데 잊을 수가 있어요?

 늘 마음 속엔 남아 있지요."


 "그런데 무슨 일 있어? 갑자기 왜 내 생각이 난거야?"


 "실은 오늘 아침에 법당에 나가 보니 누군가가 갖다 놓은 경전이 한 권 보였어요.

 자비도량참법 인데... 누군가가 법보시 한 경전이더라구요.

 혹시 이 경전이 보살님 스승이었다는 분이 법보시 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어요.

 경전 겉장에 뭐라구 쓰여 있던데 맞나요? 이 분이 보살님 스승 맞지요?"


 "에고...귀신이구먼 맞아.

 그 경전 우리가 돈 천만원 모아서 천권 찍어서 전국에 무료로 배포한 경전야."


 "호오...왠지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데 그 스승님은 아직도 소식이 없으신가 보죠?"


 "응... 아마도 만행 하고 계시겠지 싶어.

 그런데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어?

 그곳에서 3년 기도 끝났지 않나?"

 "작년 6월에 회향 했지요.

 글구 다시 3년 기도 입재 했는데요.

 이 번에는 산문밖 출입을 안하기로 하고 정진 중입니다."


 "흐음...암튼 대단하셔.

 어떻게 3년 동안 밖에를 안나가고 하려고해?

 가끔 병원에도 가고 해야 할텐데..."


 "그러잖아도 다리 아픈게 도져서 한동안 걷지도 못했어요."


 그녀는 한 때 하루에 3쳔배씩 3년을 정진했던지라 무릎이 다 망가져 있었다.

 

"으응??? 그런데 그 다리로 견디고 있다는 것이야?

 미쳤구먼 그러다 앉은뱅이 되면 어쩌려구?"

 "그저 부처님을 믿는 마음으로 밀어붙였더니

 이제는 걷는데는 별 지장이 없어요. 살만해요."


 "에고...참으로 대단해.

 다음에 내가 신유능력이 있는 어떤 보살을 한 번 데리고 가 볼까?

 나도 그녀에게 망가진 손가락 하나 치료 받았는데 좋아졌거든? "


 "보살님... 그런 능력은 함부로 쓰는 게 아니에요.

 불보살의 경지에 가지 않고 쓰는 신유능력은 진정 사람을 구제하지 못합니다.

 자기 공부에 방해만 될 뿐에요."


 "그래도 중생에게 이롭게 쓰면 되지 뭘.

 그녀는 돈 안받고 치료해 줘.

 지금 비닐하우스에 살고 있거든? 인도 유학파고 말야."


 내가 이런 저런 설명을 했더니

 조금 관심이 가는 가 보았다.

 어떤 능력이 있는 사람들의 문제라면 대개 그들이 그 능력을

 자신의 돈벌이에 쓴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화근이었다.

 물론 먹고 살아야 하니 자연히 그리되는 것인데

 그 유혹을 뿌리치고 보살행을 한다는 것은 왠만한 경지가 아니면 기실 어려운 일이다.


 "암튼 보살님. 언제 놀러오세요.

 저는 3년 회향 하기 전에는 절대로 절 문 밖에 나가지 않을 것이니

 보살님이 와 주세요. 보고 싶네요."


 그려...그려...

 이 세상에 도반처럼 좋은 관계가 있으랴.

 밤을 세워 도담을 나누어도 지치지 않는 사이가 도반 아니던가.

 

 "그런데 보살님, 요즘도 나무아미타불 염불은 계속 하고 계신가요?
 혹시 다른 수행 하고 계신 것 아니죠?"

 ㅋㅋ 내 가슴이 잠시 뜨끔했다.

 "아냐 하고 있어."


 "흐음... 다행이네요.

 우리 꼭 극락에서 만나야 지요. 아셨죠?"


 그래...극락에서 만날 수 있음 좋겠다.

 나야 그녀처럼 염불만 하고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매일 아미타불께 지심귀명례는 드리고 있다.

 그리고는 나 하고 싶은 수행을 하고 있당께???

 그녀에게 쪼끔 미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녀는 그녀이고 나는 나인데 뭐.

 나도 내 스타일대로 사는 거지 뭐.




[ 위의  글들은 현재 강원도 모 사찰에서 (자세한 소재지와 연락처공개를  염불행자님께서 원치 않아 공개하지 않은 점 양해바랍니다)  종무하며 오롯이 나무아미타불 염불하시는 염불행자님의 실화입니다]

Posted by 慧蓮(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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